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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28. 2017

06. 월세로 연금을 대신하는 시대는 계속된다.

<다가오는 3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나리오>

월세가 연금을 대신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월세로 먹고사는 지대사회다. 그리하여 다가구, 다중주택, 오피스텔 등의 임대주택은 비약적인 주택공급에도 불구하고 그 수익율은 은행예금 이자의 열 배나 된다(임대주택 수익율은 개인의 운용능력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1기신도시인 일산, 분당, 중동, 평촌 그리고 시흥시 정왕동, 안산시 고잔동, 수원시 영통동, 인계동,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전체에서 오피스텔 신축 붐이 크게 일었다. 또 청년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곳이라면 지역을 불문하고 다가구 원룸 신축이 붐이었다. 

특히 일산신도시의 장항동, 백석동에는 일산신도시 전체의 소형아파트보다 더 많은 오피스텔이 공급되었다. 당시로써는 수요 예측 이상의 오피스텔 공급이었다. 수요 이상의 급격한 공급은 결국 시장을 위축시키고 투자자의 위험은 증가한다. 2008년은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어가던 시점이었다. 기존 관념으로는 오피스텔, 다가구 원룸은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임대수익율은 적정한 월세 수익과 지속적인 임대회전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단기간에 걸쳐 일어난 지나친 공급의 증가는 일산신도시의 오피스텔 투자전망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드러나는 양상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오피스텔의 지나친 공급 증가로 당연히 임대회전율, 월세가 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산신도시의 오피스텔은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월세, 임대회전율은 물론이고 가격까지 올랐다. 반면에 일산신도시 내의 아파트는 날개 없이 추락하였다.

이 보기 드문 현상은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연금 대신 월세를 노후생활자금으로 생각하고 투자한 퇴직자 노령층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급이 과다하게 증가했음에도 그 수요층이 탄탄하게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제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시대는 끝났다(노년을 맞기도 전에 끝났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노후복지가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는 한 말이다. 우리는 이제 이 시대를 감히 월세가 연금을 대신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연금의 현실이 어떻기에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을까. 연금의 현실을 알아보자.

2016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35만 2590원으로 2017년 4월부터 평균3520원이 인상됐다고 해도 월 356,110원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최저생활비 140만원에도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반면 교원연금 평균 지급액은 350만원이다. 국민연금은 강제보험이지만 사설펀드처럼 운용된다. 국민연금은 손실이 발생해도 그 책임은 연금수령자의 몫이다. 반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운용손실이 발생하면 국가가 그 손실을 보존해준다. 대한민국의 연금구조가 일반국민을 무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영국의 경우는 소득의 9%를 공제하지만 연금 지급액은 한국 국민연금의 10배다. 우리는 30년 직장생활을 해도 받는 연금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액은 은퇴 전 평균 소득의 24% 수준이다. 이는 적정 소득대체율 70%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율이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연금 가입자 및 노령연금 수급자 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실제 가입기간(23.81년)을 산출하고 수급자의 소득 실적치와 미래소득 추정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후 실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측정한 결과 소득대체율은 정확히 23.98%였다. 이 결과에 의하면 국민연금만으로는 가입자가 퇴직 전 경제활동기간에 벌어들인 생애 평균소득의 5분의 1 정도만 충당될 뿐이다, 실질소득대체율 평가에서 OECD는 평균소득자 가구를 기준으로 노년에 접어들기 전 생애 평균소득의 약 70%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인 1988년 이후 정부는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명목소득대체율을 70%로 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6% 수준이다. 실질소득대체율은 24%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금융권에서는 민간연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을 활성화 시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아래 민간연금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면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개인연금저축에만 556만 5,000명이 가입하고 있다. 개인연금저축은 납입금에 대해 연간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연금저축은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보험사), 연금저축펀드(증권사)로 구분해 판매된다. 연금저축수익율에 대한 착시 현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 연금저축은 판매에 부가되는 판매수수료를 감해야 실질수익율이 나온다. 연금저축신탁의 은행별 수익율은 10년 이상의 연평균수익율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연금저축신탁의 수익율은 1%대에 불과하다. 

연금저축의 연간세제혜택은 가입한도 400만원 기준으로 소득 5,500만원 초과의 경우 최대 52만 8,000원이고, 연 소득이 5,500만 원 이하의 경우 최대 66만원까지 세제혜택을 받는다. 이 내용의 문제점은 400만원을 불입해 66만원의 세제공제를 받는다고 해도 실제 환급액은 6만원에서 8만원 정도라는 사실이다. 이런 상품을 가지고 사회초년생의 필수가입 금융상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밥그릇을 챙겨주자는 말과 진배없다.

강제 민간연금인 퇴직연금의 현황을 보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5월 9일 기준 퇴직연금의 연수익율은 1.58%였다.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B)의 수익율이 1.68%,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변하는 확정기여형(DC)은 1.45%,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09%였다. 퇴직연금의 문제는 예금이나 보험 같은 금리연동상품에 묶여 있어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율을 올리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4%에 불과하고 민간에서 운용되는 연금상품들은 세금을 떼고 받는 실질수익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자연수명은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이러니 60대, 70대의 노년층이 그들의 생명줄 같은 돈으로 주식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월세가 연금을 대신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을 뜻하는 ‘Pension’이란 단어는 영국에서 은퇴자들이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노후를 보낸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노후복지가 매우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획기적인 노후복지를 실행하지 않는 한, 그리고 지금의 저금리가 계속되는 한, 은퇴자들은 그들의 생명줄 같은 노후자금을 임대주택에 투자해 발생하는 월세로 연금을 대신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업종이 부동산임대업이다. 최근 들어 급증했다. 모든 업종 중에서 매출액 신장율,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사업이 부동산임대업이라는 사실은 충격적 내용이기도 하고 우리사회의 슬픈 단면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최고라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나마 임대주택에서 받는 월세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저금리가 계속되고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임대주택으로 연금을 대신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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