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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29. 2017

07. 공부와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하라.

<칼 비테 교육법>

아베 고티에(1745~1818, 프랑스의 목사이자 교육 개혁가)는 이성적으로 고안한 게임을 통해 아이들과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옳다. 다만 내가 아베 고티에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매일 조금씩 시간을 정해놓고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수업이 즐거워도 노는 것과는 엄격하게 분리했다. 처음에 나는 자연적인 본능에 이끌려서 그렇게 했다. 나중에는 충분히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그 생각의 열매는 다음과 같다.

고티에는 이 방법을 이미 30년 동안 실행했고 놀랍게도 훌륭하게 완성했기 때문에 분명히 제자들은 박식할 뿐만 아니라 두뇌 회전도 빨라야 했다. 틀림없이 프랑스에서는 아주 탁월한 고티에 학파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조기에 모든 것을 놀이로 배운 아이는 계속 그렇게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되면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잃어버린다. 

더 이상 놀이는 없고 온통 규율뿐이다. 모든 것이 장소와 시간과 상황에 따라 정해지고, 철저한 필연성에 따라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게 되며, 늘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시민적 삶으로 들어서면 예전의 놀이가 그리워지고 삶이 지루해지며 짜증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 결과 아무리 많은 기대를 받아도 아주 조금밖에 성취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내 방법을 고수했다. 공부와 놀이를 조심스레 분리했다. 공부와 놀이는 고유한 방식을 갖는다. 이를테면 나는 놀이에서는 칼이 정신력을 맘껏 펼치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는 부모로서 늘 정신력을 자극해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칼이 제대로 대답하지 않거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아, 그 이상을 모르다니 넌 바보구나.” 하고 놀려주었다.

“정말로 순진한 멍텅구리구나. 네 단순한 대답을 듣고 알아챘단다.”

그러면 칼은 우리가 말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눈치채고는 단순하고 어리석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공부할 때는 완전히 달랐다. 나는 처음에는 날마다 15분만 수업을 했다. 하지만 15분 동안 칼은 혼신의 힘을 쏟았다. 칼이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화를 냈을 것이다. 칼이 어지간히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야 했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온갖 방문과 (아내나 도우미의) 온갖 문의를 물리쳤다. 나는 “지금은 안 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중이거든요.”라고 확고하게 못을 박는다든지, “칼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절친한 친구들에게 거절할 때는 나에 대한 애정과 칼에 대한 선의를 알기에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목적에 대한 확고한 의지 덕분에 우리가 기르는 개조차도 “나는 공부해야 해.”라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귀에다 그 말을 부드럽게 들려주는 순간 개는 흥분을 가라앉힐 정도였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이 칼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칼은 공부하는 시간을 성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칼은 계속 공부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최대한 빨리 공부해야 했다. 칼이 아무리 잘해도 속도가 느렸다면 나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칼에게 엄청나게 유익했고 두뇌 회전 속도를 높여주었다. 다른 아이에게는 아주 어려운 것이 칼에게는 아주 쉬웠다. 우리가 비로소 시작하려는 순간 칼은 이미 마쳤다. 그래서 칼은 쉬거나 누군가를 사귀거나 운동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했고 모든 것을 우리보다 철저하게 잘해냈다.

칼은 나이가 좀 더 들고서야 계산할 수 없는 이익을 제대로 알아보았다. 빈에서 칼은 감동적이고 다정하게 나에게 고마워했다. 그전에는 내가 잘해야 할뿐더러 빨리 해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를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칼은 빨리 해내는 것에 얼마나 커다란 이점이 있는지를 통찰하고 내게 깊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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