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ug 29. 2017

07. 은행의 자생적 대출규제는 강화될 것인가?

<다가오는 3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나리오>

2016년 하반기부터 강화된 중도금 강화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분양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회사들이 아파트분양 등에 필요한 집단대출에 연 5%에 달하는 고금리를 적용하고, 대출 자체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분양을 받는 실수요자, 재건축사업을 추진한 조합, 건설시행사, 시공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건설사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계약자를 대신해 한꺼번에 돈을 빌려 계약자들이 중도금융을 낼 수 있게 알선한다. 건설사 주도하에 한꺼번에 대출을 받기 때문에 이를 집단대출이라고 한다.
주택업체 등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에는 대형건설사가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할 경우 금리가 2.0~2.5%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증가의 원흉으로 집단대출을 지목하면서 금리가 치솟았다.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려 최근에는 시중은행의 경우 금리가 4%대까지 올랐다. 

중도금대출이 쉽지 않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서민층을 위해 공공택지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양하는 공공분양아파트도 중도금대출 금융기관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은 가계의 이자수익이 적자로 진입하는 첫 번째 해다. 반대로 은행의 이자수익은 증가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렸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가계대출은 크게 늘면서 가계의 이자수익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1975년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계에 이자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2016년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 7,745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12%(4조 6,624억원) 급증했다.

은행의 이자수익이 늘게 된 데에는 가계대출 가중 평균금리가 2017년 3월 기준 3.43%로 2015년 말 3.23%와 비교해서 0.2% 올라간 원인이 크다.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 것이다. 2017년 4월말 기준으로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는 하나은행 1.44%, 신한은행 1.53%이다. 은행은 미국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금이자는 동결시키고 대출금리는 올려 그들의 이익을 늘렸다.

현재 4% 초중반대인 중도금 대출금리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서를 기반으로 취급되는 전세금 대출금리나 주택담보 대출금리보다 높고, 신용대출인 마이너스 대출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효과가 현실화 되는 시점에서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심사를 깐깐히 하고 대출금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연체율이 낮고 대출사고는 상대적으로 적다. 집단대출은 건설사가 보증서를 발급받아 대출금의 90%를 보증기관인 HUG가 보존해주기 때문에 은행의 입장에서는 위험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은행이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며 높은 금리로 돈 장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리 인상, 집단대출 규제로 인한 피해는 내 집을 장만한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실수요자의 부담은 결국 은행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주택 관련 대출금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서 2016년 국내 은행은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고 대출금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은행이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은행들이 집단대출에서 과도하게 금리를 올려 폭리를 취하는 일은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낮아져 그들의 예대마진율이 떨어지는 일도 아니다. 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져 채무불이행자가 늘어나는 경우다. 지금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은행권 구조조정은 악성채권이 빌미가 되었다. 앞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은행의 자생적 대출규제는 강화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7. 공부와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