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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1. 2017

08. 투자자를 위한 사업계획서, 나를 위한 사업계획서

<창업가의 일>

“그것에 미치지 않았다면 창업하지 말라. 이미 출구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히 미
치지 않은 것이다.”
- 마크 큐반

많은 창업가들이 사업계획서를 투자자에게 보여줄 용도로만 쓴다. 사실 사업계획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사업계획서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전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던 스타트업에서는 매 분기 전사 워크숍에서 다음 분기 사업계획서를 점검하고 수정했다. 우리가 세운 목표들이 여전히 유효한지, 우리가 어느 정도 와 있는지, 바뀐 시장환경에 따라 우리의 제품이나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고 세밀하게 수정했다. 잘 정리된 사업계획서가 있는 분기에는 팀원들간의 갈등도 덜했고 제품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뭔가 분명치 않거나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사업계획서가 나왔을 때는 한동안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을 겪었다. 내가 CEO로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시장상황과 팀원들의 의견을 잘 모아 제대로 사업계획서에 담고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한 분기에 딱 한 가지 목표(하나로 요약하기 어렵다면 최대 3가지 미만이어야 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팀원들이 기억하지 못했다)를 팀원들의 머릿속에 넣어두면 그 분기는 매우 순조로웠다.

페이스북은 2015년 한동안 ‘2G Tuesday’라는 사내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인도처럼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무척 느린 국가들에서도 페이스북이 원활하게 서비스될 수 있도록 개발하자는 내부목표를 세우고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실행하는 캠페인이었다. 화요일 하루 동안 사내 인터넷 속도를 일부러 2G 네트워크 수준으로 느리게 만들어, 인터넷이 느려지면 자신이 맡고 있는 영역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만들지 고민하고 개발하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이처럼 회사의 목표가 한번 정해지면 사람들이 잘 기억하고 집중해서 일하도록 때로는 조금 색다른 행동을 하거나 팀빌딩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업계획서를 읽어보는 것이었다. 어제 들은 시장정보가 사업계획서의 예측과 부합하는지,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렇다면 다음 분기(혹은 이듬해) 사업계획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고민했다. 중요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그것이 우리 사업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수정된 사업계획을 세워야 했다.

사업계획서는 CEO가 날마다 쓰는 일기와 같다. CEO는 날마다 사업계획서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우리 회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는 1년에 한 번 써놓고 벽에 걸어두는 그림이 아니다. 사업계획서는 매일 보면서 대화하고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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