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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8. 2017

03. 성숙한 인간이 누리는 기쁨: 예술

<내 아이를 위한 칼 비테 교육법>

칼 비테는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음악가를 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예술을 모르는 인생은 황무지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괴테는 “신이 준 미감을 잃지 않으려면 날마다 음악을 듣고 시를 읽으며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칼 비테는 아이들이 꼭 음악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행복하고 다채로운 삶을 살기 바란다면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칼은 어릴 때부터 음악 교육을 받고 평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습니다. 음악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추상적인 예술이며 언어처럼 명확한 뜻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안에는 무궁무진한 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던 것이죠.

칼 비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완벽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최고의 교재는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그림이나 완벽한 음악보다는 그 예술가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었겠지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해서 완벽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칼 비테의 교육 이념이었습니다. 그런 완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이죠. 매일매일 나아짐으로써 다다르기 힘든 별을 향해 전심전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는 음악과 미술 교육에 너무 생산적인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예술을 알고 즐기기보다는 얼른 성과를 내려고 조바심을 치게 됩니다. 피아노를 배워서 음감을 익히고 연주를 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콩쿠르에 나가 트로피를 받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춥니다.

미술도 마찬가지죠.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근사한 결과물을 내는 데만 주력합니다. 그런 까닭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바짝 교육하다가 고학년이 되면 아예 예체능 교육을 중단해버립니다. 본격적인 ‘공부’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은 칼 비테식의 관점으로 예체능 교육에 접근합니다. 그래서 학과 공부만큼이나 예술과 체육 교육을 강조합니다. 이런 교육관에는 음악, 미술, 체육이 한 인간을 정상적이고 품위 있는 존재로 키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교육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의과대학교의 경우 음악회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토론해보는 것이 정규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왜 그들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까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이기에 그들의 생각에 닿고자 하는 것입니다. 의사든 판사든 어떤 직업에서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이런 예술 교육 덕분인지 서양의 유명인들에게는 예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집안은 서양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철강 재벌 집안이었죠. 비트겐슈타인의 어머니 레오폴디네는 피아니스트로서 브람스, 슈만, 구스타브 말러 같은 음악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습니다. 레오폴디네는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도 후원했습니다. 그래서 클림트의 유명한 그림 중에는 비트겐슈타인의 누나 마르가레타의 초상화도 있었습니다. 서양의 재벌들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녀들을 그들의 그림에 등장시키고 싶어 했거든요.

빌 게이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빈치의 작업 노트인 ‘코덱스 해머’는 3,100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3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노트를 사들이다니 엄청난 일이죠. 대체 그 노트가 무엇이기에 빌 게이츠는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걸까요?

코덱스 해머에는 달, 물, 화석 등 각종 자연물을 관찰하면서 다빈치가 떠올린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예술적인 스케치부터 창조물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는 셈이죠. 빌 게이츠는 르네상스시대 천재의 생각과 노력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코덱스 해머를 통해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했던 예술가의 삶을 엿볼 수 있기에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르누아르, 고흐, 세잔을 모른다고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완벽함이나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해한다면 우리도 훨씬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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