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우리는 실수로 유리문에 부딪힌다거나 해서 치아가 빠지면 치과의사를 찾아가 의치를 박아달라고 한다. 기원전 700년경 역사상 최초로 의치라는 묘안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이탈리아 북부의 농경인인) 에트루리아인이었다. 이들은 이가 빠진 곳에 의치를 박거나 흔들리는 치아를 고정하는 기법을 고안했다.
인접한 건치에 상태가 좋지 못한 치아를 고정하기 위해 납작하게 편 금박이 교정용 브라켓(교정 시 치아 표면에 부착하는 물체)을 사용했는데, 브라켓은 럭비에서 나 같은 약골을 맨 앞줄에 붙들어 맬 때 쓰는 밧줄 같은 역할을 한다.
에트루리아인은 치아가 빠지고 없으면 황소의 이빨을 뽑아 가운데를 송곳으로 뚫고 금속 브라켓에 고정한 다음에 빈 공간에 딱 맞게 박아 넣었다. 금속성 미소하면 007 제임스 본드의 적이며 강철 치아로 전깃줄도 씹어 먹는 조스(Jaws)가 유명하다.
조스(Jaws)
그러나 고대의 의치는 그저 입안의 빈 공간을 채워 넣고 번쩍번쩍한 미소를 선보이려는 미학적 시도에 그치지 않았다. 그보다는 딱딱한 음식물을 씹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띠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기원전 5세기에 지중해 동부에 살던 항해 민족 페니키아인은 금박 브라켓 대신에 금 철사로 흔들리는 치아를 고정했다. 농장 마당의 말뚝 울타리를 연결하는 철사를 생각해 보면 된다. 일례로 레바논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된 아래턱뼈에는 금 철사로 고정된 아랫니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흔히 복사기 영업사원이 모는 자동차 브랜드처럼 들리는) ‘포드 하악골[Ford Mandible: 페니키아의 시돈(Sidon: 지금의 레바논 지역)에서 발견된 아래턱뼈]’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치아를 빠지게 할 수 있는 잇몸 출혈의 흔적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포드 하악골(Ford Mandible)
그럼에도 포드 하악골의 주인은 금 철사로 흔들리는 치아를 고정하여 남은 생을 버텼다. 고대 치과의사들이 복원 목적의 보철 치료뿐 아니라 자연이 의도한 설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치료까지 행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사실이다.
로마인이 등장하여 에트루리아인을 발밑에 꿇리고 그리스인을 포섭하여 제국을 키워나가던 시기에는 미용 목적의 치과 시술이 크게 유행했다. 나무나 상아로 만든 의치뿐 아니라 금을 씌운 치아가 어찌나 흔해졌는지 죽은 사람의 금니를 시신과 같이 묻거나 화장해야 한다는 법령이 선포되었을 정도다. 탐욕스러운 친척들이 금니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금속 의치가 항상 의학적인 필요성에서 시술된 것만은 아니었다. 14세기 초반 수수께끼 같은 여행가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서 페르시아어로 ‘금니’를 뜻하는 자르-단단(Zar-Dandan)이라는 이름의 미지의 부족을 만났다고 기록했다. 마르코 폴로에 따르면 자르-단단은 에트루리아인이 쓰던 금박과 비슷한 금판을 치아에 씌웠다. 그러나 순전히 미용 목적이었다고 하니 힙합 뮤지션인 릴 웨인(Lil Wayne)이 뮤직비디오에서 번쩍번쩍한 금니를 과시하기 한참 전에 치아에 금장식을 한 자르-단단 사람들이야말로 그 분야의 선구자였다.
미용 목적의 치과 시술이라 하면 초기 바이킹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치아에 홈을 파 넣었는데 적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크다.
지구 반대편의 아즈텍과 마야의 고위층은 한술 더 떠서 앞니와 송곳니에 구멍을 내고 수정, 금, 옥, 터키석 같은 아름다운 장식을 박아 넣음으로써 번쩍번쩍한 미소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