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인생에 한번쯤은
제주에서 살아보기
펜션 13보름 탄생기이자 제주생활의 행복달달한 기록
제주로 이사 갈 준비를 다 해놓고 내려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한 공중파 방송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제주이민과 제주살이에 대해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출연한 몇몇 사람들은 실상 제주에 내려와 보니 힘들고 불편하더라, 시골인데 생활비가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간단한 물건 사러 나가는데 차를 타고 몇 분을 달려야 한다 등등 여러 가지 불편사항들을 얘기했다. 그때는 뭐 그 정도까지일까,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 부부가 제주에 내려와 지내보니, 그때 그 방송에서의 ‘불편한’ 점들은 전부 ‘당연한’ 일들이었다. 섬이라는 특성상 물가가 비싼 것도 당연했고, 도시처럼 마트가 동네 곳곳에 있지 않으니 차를 타고 나가는 것도 당연했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아직은 미흡하니 불편한 게 당연했다.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우리가 제주를 택한 건 아주 간단한 이유 아닌가. 좀 더 자유롭기 위해, 또는 제주라는 자연 속에서 같이 살고 위로받기 위함이 아닐까? 제주의 밤이 도시의 밤처럼 밝고 환하지 못한 것도 자연을 지키기 위함이니,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내가 사는 동네 어디선가 도시에선 볼 수 없었던 반딧불이도 만나게 되는 깜짝 놀랄 일들이 생기고, 가깝지 않은 마트 덕에 좀 더 계획적인 쇼핑 노하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 동서남북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제주를 볼 때면 오히려 가슴이 좀 먹먹해진다. 어떨 땐 여기가 제주도야? 양수리야?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해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라는 곳은 참 희한한 매력을 가졌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없던 아이디어도 그려지고, 복잡한 것은 심플하게 되고, 옹색한 마음은 너그럽게 바뀌고, 바쁜 일상의 시계는 멈춰져 여유를 돌아보게 된다. 그 매력에 빠져 사람들은 제주에 취하고 잠깐이라도 머무르고 싶어 한다. 제주는 그런 애틋한 섬이다.
우리 부부 역시 한 번 만난 제주에 넋이 나가 모든 걸 결정해버렸다!
누군가에겐 다소 엉뚱하고 무계획처럼 보였을 우리의 제주살이는 주변 사람들을 자주 불안하게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쨌든 시작했으니) 두 손 꼭 붙잡고 무한긍정 에너지로 완성해내려고 노력했고,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부부의 절절한 에피소드를 모으다 보니, 이렇게 책으로 엮는 행운도 얻었다. 참고로, 이 책은 집 짓는 동안의 희노애락이 담긴 일종의 노동기로, 집 짓는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자세히 담겨 있지는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된 제주에서의 ‘내 집 짓기’는 다 큰 우리 부부를 성장하게 했고, 더 겸손하게 만들어주었으며, 노동이란 가치의 달달한 열매도 알게 해주었다.
제주에서의 삶이 도시에서의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더라도… 까만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는 무수한 별들을 보고 싶다면… 파란 하늘이 온 우주를 에워싸듯 펼쳐진 광경을 보고 싶다면…시도 때도 없이 찢어질 듯한 꿩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면… 신선한 자리물회를 밥반찬으로 지겹도록 먹어보고 싶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은 제주라는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아주 큰 행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 l 최보윤
저자 최보윤은 〈펜션 13보름〉 주인마님
1979년 생으로 성신여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혼자 그림을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고, 대학의 원하는 과에 들어갔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20대를 보내며 알바를 전전했다. 스물아홉, 이십대 턱걸이로 같은 전공의 남편과 결혼하며 조금씩 ‘내 집’에 대한 상상을 키워갔고, 남편의 톡톡한 바람잡이 덕분에 서른다섯 인생에 처음으로 뜬금없는 제주살이 프로젝트에 돌입, 핸드메이드 집 짓기가 시작되었다. 알바를 전전하느라 조소 전공을 하면서도 한번도 다뤄본 적 없던 공구들을 제주에서 집을 지으며 손발이 부르트게 다루게 될 줄 몰랐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지한 과제 ‘뭐 해먹고 살지?’를 숱하게 고민하고 13개월 보름 동안 (난생 처음) 막노동을 한 결과, 지금의 독채펜션 〈13보름〉이 탄생했다. 집 짓는 동안 짜증을 다 받아준(귀여운?) 남편, 2월에 데려온 반려견 ‘이월이’와 인연처럼 다가온 길냥이 ‘그렁이’, 설탕처럼 하얀 터키시 앙고라 ‘달달이’와 함께 〈13보름〉에서 손님들을 맞으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WWW.13BOREUM.COM
WWW.INSTAGRAM.COM/13BOREUM_
[연재 목차 및 일정]
01. 냄새부터 다른 제주
02. 제주에 집 지을 재료를 결정하다.
03. 본격적인 집 짓기, 사부님을 만나다.
04. 드디어 블럭 쌓기를 시작하다.
05. 천장이 생기다.
06. 직접 지은 집 이름 짓기
07.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펜션 컨셉잡기
08. 첫 손님맞이, 화재경보기가 울리다.
09. 정식 오픈을 향하여, 날짜 먼저 잡고 보자!
10. 우리 부부는 계속 현재진행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