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시대가 온다>
위기 속에서 피어난 출구전략 드디어 셰어하우스를 시작하다.
계약을 마친 뒤 바로 인테리어를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했다. 당시만 해도 인테리어 분야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업체를 통해 맡기는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업자와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는 소개로 만난 인테리어 업체는 정말로 나를 힘들게 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흰머리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인이 소개해 준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았다. 나로서는 처음 받는 견적서였다. 당시 견적서에는 화장실, 거실, 전등 등 품목이 단순하게 엑셀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당시 업체로부터 받은 인테리어 견적서 파일이다.
보시다시피 인테리어 계약서라고 하기엔 상당히 심플하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한 공사범위와 사용되는 자재의 종류도 상세하게 적혀있지 않아 비용이 싼지 비싼지 비교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공사 진행 중 갑자기 복병이 튀어나와 추가공사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공사하면 얼마 정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할거냐 말 거냐?” 이런 식이었다. 인테리어에 인자도 몰랐던 나는 안 하고 덮고 지나가면 나중에 더 큰돈을 들여야 한다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공사를 진행했고 처음 받았던 견적서에 추가공사를 더하니 생각하지도 않은 금액이 나왔다.
매우 심플하게 구성된 계약서는 계약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지인을 통해 상세 내역서를 요구했지만 “상세 내역서는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이 범위 내에서 다 맞춰서 해주기로 했으니 그대로 진행하자”고 하셨다. 경험이 없던 나는 뭔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일단 믿고 진행해 보기로 했다. 각 공사별로 잘라 타 업체에 의뢰할 경우 오히려 비용이 더 들고 전체적인 하자보수를 맡길 수 없다는 말에 일단 이 업체를 통해 전체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초과 비용의 리스크가 상당했다. 나는 분명히 처음에 이 반지하 빌라를 어르신의 배려로 1000만 원을 할인해서 매입했다. 그리고 기본적인 인테리어 수리 비용으로 700만 원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견적은 두 배가 넘는 1567만 원이나 나온 것이다. 나는 이 금액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마무리할 때의 수익률을 계산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처음 집을 살 때 계산했던 수익률대비 반 토막이 났다. 의미 없는 투자가 될 것 같았다. 만약 이대로 진행한다면 내 기준에서는 사실상 투자하는 보람이 없는 수익률이었다. 갑자기 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가공사 이후 시작된 인테리어 업자분들과의 기 싸움과 서로 간의 불신으로 인해 나의 정신은 지치고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심지어 공사가 중간에 중단되어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나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고민을 하던 중 내가 자주 가던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셰어하우스를 주제로 출간된 책이었다. 그 당시 나는 셰어하우스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집을 공유하는 개념이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호기심에 그 책을 사고 읽어보았다. 셰어하우스란 거실 및 주방 등의 공간은 공동으로 이용하고 각자 방을 따로 사용해 개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주거 형태이다. 과거의 하숙집과 비슷한 느낌이었으나 그보다는 조금 더 신선하고 밝은 개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셰어하우스를 해보자는 생각은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는 셰어하우스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많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대형 업체들이 관리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섣불리 뛰어들면 위험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내가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수익률을 안고 그대로 투자가 실패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본 후 바로 결론을 내렸다. 셰어하우스를 진행해 보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