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눈>
2008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 팬더>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옵니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the present라 부른다.
어제는 지나온 역사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현재가 소중하다는 것이겠죠. 우리가 힘을 집중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대해서는 힘을 집중할 수가 없고 미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는 준비하고 계획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다만 과거나 미래는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시간의 인과성을 이해한다면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지나온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의미는 과거의 성공은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과거의 잘못은 되새겨 미래에는 반복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실 역사라는 것은 우연한 사건들의 총합이 아닙니다. 만약에 우연에 의해 세상사가 흘러간다면 인간은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에 끌려다닐 뿐, 능동적·주체적으로 역사를 만들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도 결국은 인간의 것이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예기치 않게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고, 한 사람의 영웅이 역사를 바꾸는 것처럼 보일 때도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나름대로 법칙이 있고, 저변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합니다. 역사적 사건들이 무작위로(randomly) 발생하거나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의 법칙이나 인과관계는 바다의 표면에서 관찰되는 파도 같은 것이 아니라 바다 밑의 깊은 곳에 흐르는 거대한 해류와 같은 것입니다. 파도만 봐서는 바다의 큰 흐름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사건들이 파도라면 이러한 사건이 나타나게 된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문화적 조건들은 해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이런 큰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가 계속 존재하는 한, 역사라는 시간의 궤적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볼테르(Voltaire)는 “미래는 현재로부터 태어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미래 예측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연속적인 역사의 흐름에서 큰 줄기를 읽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과거에만 매몰되면 복고적·과거지향적 성향에 빠져 변화에 무관심해질 것이고, 현재에만 매달린다면 현실안주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어떻게 행동하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중국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말이나 일화를 모은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책에 보면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 일을 잊지 않음은 뒷일의 스승이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에게 역사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봅니다. 이는 과거 사실을 학구적으로 고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현재적 의미와 교훈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는 “경험한 것을 기억할 수 없는 자들은 반복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역사를 반추하는 것은 바둑에 비유하자면 ‘복기(復棋)’와 같습니다. 바둑에서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데, 이를 복기라고 합니다. <고수의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생각의 힘을 강조한 바둑 9단 조훈현 기사는 복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복기는 바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승부의 세계에서 복기는 기본이다.-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인플루엔셜, 2015-
과거를 반추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