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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0. 2017

01. 심리상담?! 나 멀쩡하거든??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등장인물
철하 :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심리학과 학생으로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은주, 석영, 지선이 심리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은주 : 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다. 괴팍한 상사와 마찰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마음이 괴롭다.

석영 :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교양과목으로 듣는 심리상담 수업에서 몇 년 만에 철하와 재회한다.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기억이 있다.

지선 : 미술을 전공한 후 미술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남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 때문에 아직까지 남자를 대하는 것이 불편하다.

은영 : 철하의 선배로 대학원생이자 학생상담센터 수련생. 석영이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최 부장이라는 사람 때문에 요즘 회사 다니기가 싫어. 어느 날 나를 부르더니 말도 안 되는 일로 꼬투리를 잡고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래서 그건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더니, 마구 욕을 하면서 서류를 집어 던지지 뭐야. 눈을 잔뜩 부라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하는데 너무 무서웠어. 그 다음 날부터 출근하기가 너무 힘들어.”
은주는 그날 일이 생각났는지 눈물을 보입니다. 

지선과 철하는 함께 분개하면서 은주 편을 들어줍니다.
“은주야, 어느 직장에나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 봐. 그래도 다행인 건 다른 직원들도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다니면 되지 않을까?”

위로해주는 지선이의 말에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철하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야, 너 그 회사 때려치워.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그런데 그날 내가 정말 무서웠던 건 나에게 소리 지르면서 욕을 하는 최 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빠가 떠올랐기 때문이야.”

은주의 아버지는 은주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늘 고함을 치고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다 퇴직을 한 후 최근 3~4년간 집에서 기죽어 지내다 보니 조금 달라졌을 뿐입니다. 은주가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면서부터 아버지는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은주는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릴 적 받았던 상처를 묻어두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최 부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은주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지금 자신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직장 상사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문제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직장을 옮길까 생각해봤지만,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라 새로 직장을 옮기더라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은주는 지선과 철하에게 지금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자신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습니다.

은주는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 은주를 말없이 지켜보는 지선과 철하는 그녀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아리에서 친해진 것도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힘든 가정사를 알게 된 게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니까요. 힘들어할 때는 어떤 말로도 딱히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지선이는 은주를 살짝 안아줍니다.

철하는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며 말을 꺼냅니다.
“은주야,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줘. 난 네가 진짜로 한 번쯤 심리상담을 받아봤으면 좋겠어.”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냅니다.
“심리상담? 야, 너 은주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농담이라면 너 정말 실수한 거야. 농담도 때를 가려가면서 해야지.”

철하도 지지 않고 지선이에게 따지듯 말합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심리상담을 받는 게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마음은 결코 우리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마음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어.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한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라는 거야. 나도 복학하고 난 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학교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 네 말대로라면 나도 미친 거냐?”
“철하야,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난 두려워.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게 나 자신을 정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 부적응자들이잖아.”



무엇보다 은주는 설령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상담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큽니다. 나중에 직장을 옮길 때 상담 기록이 조회되는 등 다른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인식이 크니까요.

은주는 심리상담이 아주 이상한 사람, 소위 ‘미친’ 사람만 받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보다 못한 철하가 끼어듭니다.
“정 불안하면 심리상담센터에 직접 찾아가보는 건 어때? 어떤 분위기인지 보고, 그곳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한 사람인지 확인해보면 되잖아. 또 거기서 일하시는 분에게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그다음에 상담을 받을지 말지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내 마음, 둘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 어려운 외부 환경과 내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 내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는 단순히 자신이 약해빠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습니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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