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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1. 2017

05. 미래학자 토플러의 혜안

<미래를 보는 눈>



21세기의 문맹자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걸 일부러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다.



2016년 6월 27일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어록 중 하나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지식의 역할과 힘을 강조했던 미래학자였습니다.


앨빈 토플러 (Alvin Toffler)

무명의 저널리스트였던 토플러는 1970년에 출간한<미래 쇼크(The Future Shock)>,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그리고 10년 후에 내놓은 <권력 이동(The Powershift)> 등 세 권의 책으로 세계적인 지식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10년 단위로 출간된 이 책들은 이른바 ‘토플러의 삼부작’으로 불리며, 미래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토플러는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공장에서 용접공 생활도 했으며, 신문기자로도 활동했습니다. 과학, 법학, 문학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만물박사였습니다. 미래학자 하면 대부분 토플러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그는 가장 대중적인 미래학자였습니다.

원래 미래학이라는 분야는 미래예측연구소나 전문가들의 특수한 영역이었습니다. 군사전략, 산업전략 등에 관한 용역 연구 형태로 주로 진행됐는데, 7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래학자들의 대중적인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당시 사회현상과 변화의 징후들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미래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는데 그 선두에 섰던 사람이 앨빈 토플러였습니다. <미래의 충격>에서 토플러는 특히 ‘변화의 속도’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이 출현한 이후의 5만 년을 대략 62년이란 생명대(生命代)로 각기 나누어본다면 약 800번의 생명대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800번의 생명대 중 650번의 생명대는 동굴에서 보냈다. 지난 70번의 생명대 동안에만 다음 생명대로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곧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지난 두 생명대 동안에만 누구나 어디서든지 전기 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물품들은 800번째의 생명대인 현재에 이르러 개발되었다.-앨빈 토플러, <미래의 충격>, 범우사, 2012-

토플러는 기술과 지식은 급변하는데 인간의 적응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충격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말한 미래의 충격이란 결국 변화의 속도에서 나온 산물로, 기존 문화에 새로운 문화를 중첩시킴으로써 나타나는 문화 충격을 말합니다. <제3의 물결>에서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나타나는 탈산업 정보화를 ‘제3의 물결’이라 이름 붙였고, <권력 이동>에서는 변화의 주체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과거의 권력이 물리적 힘, 군사력, 자본 등에 기반을 두었다면 미래 권력의 원천은 지식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토플러는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교육, 경제, 산업 등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했으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2001년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의뢰받아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전달됐습니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 선택은 현재의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선택은 다름 아닌 저임금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종속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내의 교육체계는 반복작업 하의 굴뚝경제체제에 기초한 형태로 발전되고 학생들을 교육시켜왔다. 하지만 제3의 물결에서의 교육 방식과 내용은 이와는 크게 다르다. 한국이 지식기반경제로 보다 진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노조뿐만 아니라 교육기관들 역시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21세기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어느 곳에서나 혁신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함을 통해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앨빈 토플러,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01-

15년 전 보고서에 담긴 국가 개혁에 관한 그의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의 조언을 되새겨보며 지난 15년을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충고와 제언을 충실히 따랐다면 지금의 한국은 더 경쟁력 있고 유연한 국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글로벌 무한경쟁과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으로 우리의 미래는 더 불확실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미래를 내다본 토플러의 혜안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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