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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6. 2017

10. 질문하는 사람, 질문하는 문화 (마지막 회)

<미래를 보는 눈>



평소 대중 강연을 종종 합니다. 학생 대상으로도 하고, 일반인이나 교사 대상으로도 합니다. 강연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한국 사람들이 너무 질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강연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질문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에도 한국 학생들은 유난히 질문을 안 하고 말이 없었습니다. 그게 한국인들의 조용한 기질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호기심 많고 수다스러운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 사람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왜 그럴까요. 동방예의지국의 민족답게 가볍게 말하지 않고 점잖게 행동하는 민족성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민족성은 원래 생물학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인 것입니다. DNA의 차이 때문에 특정 민족은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저절로 질문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지는 않습니다. 개개인도 어떤 나라에서 자라나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회에서 사느냐에 따라 질문 많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별로 분명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나라 사람은 질문이 많고, 어떤 나라 사람들은 질문이 적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환경의 차이고 결국 문화의 차이입니다. 질문을 많이 하는 사회는 문화적으로도 뭔가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질문하는 교육 환경,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 환경이라야 사람들은 질문도 많이 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질문’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묻는 것’이라 정의돼 있습니다. 질문을 하려면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하고 알려는 욕구도 있어야 합니다. 2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침묵하며 어둠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실제 기록하며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온 것은 약 5천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우주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 때문입니다. 사물의 이치와 자연현상의 원리를 알아내면서 과학을 만들었고 과학을 바탕으로 기술과 공학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과학의 출발점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질문이었습니다. 물질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생명체는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지구 바깥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 하고 질문하는 존재는 우주 생명체 중 인간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왜 새처럼 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기에 결국 과학 연구를 통해 비행기를 만들어냈고, 왜 물고기처럼 바다 밑을 다닐 수 없을까라는 질문은 잠수함을 만드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호기심과 질문이 없었다면 인류는 찬란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질문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남이 생각지도 못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사람은 창의적이고 탐구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호기심과 상상이 어우러지면 기발하고 창의적인 질문이 만들어집니다. 좋은 질문은 지식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인재란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식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므로 질문이 없다면 문제의식조차 가질 수 없습니다.

좋은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는 모름지기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지시하고 강요하는 리더는 바람직한 리더가 아닙니다. 리더는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고, 함께 답을 찾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질문 리더십’입니다.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을 불러다 면박주고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호통만 치는 국회의원은 좋은 의원이 아닙니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이 좋은 의원입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생태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는 “이 우주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마음산책, 2015 

질문하는 능력은 인공지능기계가 가질 수 없습니다.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질문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회가 창의적입니다. 답은 제한적이지만 질문은 무한합니다. 질문하는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하지 않고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이 미래를 이끌어가는 인재가 될 것이고 미래문화는 질문하는 문화가 돼야 합니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준비도 미래에 대한 무수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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