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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7. 2017

10. '깊이 생각한다'란 무엇일까? (마지막 회)

<지적성숙학교>


‘깊이 생각한다’란 무엇인가: 당연해 보이던 것에 의심을 품다.

: 다카하시 겐이치로


깊이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예를 들어 우리는 철학적인 문제를 놓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 혹은 ‘존재한다는 건 무엇인가’라든가. 어느 쪽이든 만만치 않은, 깊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다.

“있잖아. 너 어젯밤에 어디 있었니?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는데 안 받더라?”

그렇게 누가 당신한테 물었다고 하자. 당신은 얼굴을 찌푸리고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그것은 ‘깊이 생각’한다기보다 ‘변명’을 짜내고 있을 뿐일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도 역시 ‘깊이 생각한다’는 것의 일부이긴 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우선 ‘깊이 생각한다’란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떨 때 인간은 깊이 생각할까?

당신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떤 모르는 장소로 추방되었거나 버려졌거나 일행이 두고 가버려 혼자가 되었다. 어딘지 전혀 모른다. 배가 고프고 목도 마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눈앞에 물웅덩이가 보였다. 그런데 물이 아주 탁하다. 그리고 가까이에 나무가 있는데 거기에는 열매 같은 것이 달려 있다. 자, 어떻게 할까. 어쩌면 이 모두는 ‘몰래카메라’이고 이제 곧 눈가가 구하러 올지도 모르니까 기다리기로 해? 아니면 물 정도는 마셔봐? 하지만 이 물 괜찮을까? 

자, 어떻게 할까?

이런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모든 경험을 동원하여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나는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이런 상황을 상상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그때그때 다른 것을 생각한다.

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고 할 때, 그 뭔가에 대해서 사람은 그때그때 다른 것을 ‘생각할’ 것이다. 글쎄, 맨 처음 ‘깊이 생각’한 이후, 그 사람은 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조금은 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미 변해버렸기 때문에 뭔가에 대해 맨 처음과 똑같이 ‘생각할’ 리 없다. 그러므로 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고 할 때는 그때마다 다른 것을 ‘생각한다’고나 할까. 매번 다른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다.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 나는 2016년 5월 27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한 연설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연설은 무척 아름다운 말로 되어 있었다. 

오바마의 연설이 방송되었을 때, 많은 칭찬의 소리가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그 장소에서 핵무기의 무서움에 대하여 이야기한 점, 세계 평화에 대하여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한 점 등등. 모두 기대 밖의 일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느낌도 받았다. 내가 느낀 것은 이 글의 맨 앞에 쓴 대로다. ‘뭔가, 이상해’라고 느낀 거다. 뭔가가, 읽으면서 ‘여기가 이상해’라든가 ‘아아, 이것도, 좀’ 하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아름답다고 느끼다가 다시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이럴 때 나는 ‘깊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럴 때’란 거기에 ‘깊이 생각할’ 만한 ‘뭔가’가 있다고 느껴질 때를 말한다. 약간의 ‘감’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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