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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7. 2017

01. 행복하려면 도시를 떠나라!

<귀촌에 투자하라>



귀촌.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어보는 매력적인 단어다. 하지만 아무리 귀촌을 원해도 시골의 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꿈에 그치고 만다. 귀촌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질문을 만들어보았다. 이 두 질문의 뜻을 잘 생각해보면 자신이 시골에 살기 적합한 사람인지 힘든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나, 당신은 최소한 두 달을 혼자 지낼 수 있는가?
둘, 당신은 사람들의 관심이나 간섭에 잘 대응하는 편인가?

첫 번째는 주위와 단절돼도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이와 반대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유연한 편인가, 하는 물음이다. 확연히 다른 질문에 어리둥절할지 모르겠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귀촌에 성공한다.

어떤 의미에서 시골은 한가하다. 종일 조용하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듣고 살 수도 있다. 소일거리가 없으면 사람이라도 만나야 하는데 보이는 건 자연뿐이다. 그래서 무료하기까지 하다. 무료함에는 무기력이 따라붙기 쉽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시골은 이웃에 관심이 많다. 외출할 때 분명히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 다녀왔느냐’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어제 온 손님은 누구냐’고 묻는 이웃도 마주한다. 조언을 넘어서 간섭이나 다름없는 말을 태연하게 하기도 한다. 이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웃과 함께 지내기 힘들다.

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귀촌한 이들 대부분은 만족하며 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시 도시로 떠난다는 뉴스도 들린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단지 이웃 때문이라면 안타깝다. 두려움 때문에 귀촌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준비 없이 귀촌하는 것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뜻밖에 첫 번째 질문에 부닥쳐서 후회하는 이도 상당하다. 심심해서 재미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 불만은 누군가가 해결해주기 힘든 부분이다. 고향이 아닌 곳에 귀촌했다면 아는 사람도 없고, 텃밭이라도 가꾸지 않으면 무료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시간을 보낼 줄 모르고, 누군가가 자신의 무료를 달래주길 바란다면 시골에서 살기 힘들다.

이웃과의 문제는 두 번째로 부닥치는 문제다. 어쩌다 마주치는 이웃한테 ‘내가 누군 줄 알고’ 하는, 은퇴 전 직책이나 지위를 생각해 대접만 받으려고 들면 왕따로 가는 지름길이다. 상대를 알려고 하지 않고 관심도 없으면서 자신만 알아주길 바라면 시골이 아니라도 외면받는 짓이다. 이런 일을 실제 보고 들을 때마다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심한 경우 왕따 때문에 도무지 살 수 없어서 되돌아간다는 사연도 있다. 모두 시골의 정서와 문화를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귀촌하기 전에 시골에 대해 미리 공부하면 줄일 수 있는 문제다. 시골이 좋아 귀촌해도 마을 사람과 왕래하는 걸 꺼린다면 장담컨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골은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는 살기 힘들다.

아무리 시골을 좋아해도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귀촌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은퇴 후 시간 보내기에 애를 먹는다. 한가하고 무료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이나 취미가 있어야 한다. 또 도시와 달리 이웃에 마음을 열고 교제하며 서로 돕고 살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두 질문을 통과했으면 귀촌해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용기를 내는 일만 남았다. 망설이지 말고 귀촌하라. 귀촌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할 터전은 얼마든지 있다. 시골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더하기 삶’을 체험할 수 있다.

내 경우는 혼자 잘 지낼 수 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라 두 번째는 좀 힘들어한다. 용인에서 시골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시골을 좋아해도 시골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충남의 한 시골 마을에 몇 달 살아본 경험도 용기를 내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귀촌한 지 2년 4개월 만인 2016년 12월에 마을에서 총무를 맡았다. 마을 총무라니, 뜻밖이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으로 인정받은 사실에 고무했다. 그래도 여태 어디에 소속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다. 받아들였다가 시간만 빼앗기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건 아닌가, 하는 서울내기다운 생각이 스쳤다.

귀촌 상담하며 마을 일에 적극 동참하라, 지역 주민에 동화하라고 강조했으니 고마운 마음으로 고개 숙여 받아들여야 하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하필 마을 총무라 부담이다. 총무라면 온갖 궂은일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마을 장부를 관리하는 일이다. 궂은일은 몰라도, 통장을 관리하고 장부에 숫자를 적는 일이 마음에 걸렸다. 셈하는 일은 계산기로 해도 번번이 잘 못해서 고민도 되었다.

걱정을 늘어놓자 추천한 이와 이장이 안심시켰다. 그런 걱정이면 도와줄 테니 해보라고 격려했다. 걱정은 현실로 돌아왔다. 역시 장부 정리는 어려워 시간도 많이 걸린다. 통장과 장부에 있는 숫자가 계산기로 셈할 때마다 달라 고생한다. 이장이 보더니 한눈에 찾아내 답답하던 일이 해결됐다. 찾은 숫자를 놓고 둘이 한참 웃었다. 전에는 마을 분들이 보통 작가님이나 선생님, 아줌마로 불렀는데 이제 총무님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마을 분들은 이렇게 부르는 게 편해 보인다.

귀촌하기 전에는 행복을 떠올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살고 있다고 느낄 새도 없다. 사는 게 아니라 그저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가 있을 뿐이다. 허겁지겁 쫓기던 생활이 귀촌하고 난 뒤에는 유유자적하는 삶으로 바뀐다. 바쁘다고 해도 즐거움이 뒤따른다. 바쁘면 바쁜 만큼, 한가하면 한가한 만큼 행복이 커진다. 시골이라 가능하다.

행복하려면 도시를 떠나라!
이 말을 실감한 건 귀촌하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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