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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7

03. 귀촌, 역사와 문화예술이 가까이 있다.

<귀촌에 투자하라>


이사한 후에 무얼 먼저 하는지요?

나는 어느 정도 이삿짐을 정리하고 나면 도서관에 간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도서관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도서관도 알아둔다. 물론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대출증도 만든다. 가까운 시장은 어딘지, 오일장은 언제 어디에 서는지도 알아둔다. 그다음에 동네 탐방에 나선다.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지 짬을 내 돌아다닌다.

이사 갈 지역을 알아보려면 인터넷이 편리하다. 검색을 통해 궁금한 내용은 웬만큼 알 수 있다. 신문 기사부터 SNS에 올린 내용까지 다양하다. 집을 구하느라 돌아다닐 때마다 시나 군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피며 공부했다. 홈페이지에는 인구와 가구 수에서 시작해 역사와 문화재는 물론 이고 지역 특성도 자세히 나와 있다. 문화와 예술, 지역 축제는 어떤 것이 있고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조사하면 다 나온다. 전설과 마을 유례, 지역 인물 소개도 보면서 새롭게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 홈페이지 민원실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주민이 올린 민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사하려고 알아보는 지역에 민원이 올라온 것이 있으면 눈여겨본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거다.

민원 내용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옛날에는 국회도서관이나 남산도서관까지 가서 과거 신문을 찾아보는 수고를 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검색창에 필요한 단어나 문장을 넣으면 지난 기사는 물론이고 그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다 나온다. 진위를 가려서 보아야 할 정도로 많다.

홈페이지에는 재정 규모와 행정에 관한 내용도 공개한다. 도로와 상·하수도는 물론이고 기업체가 몇 개 있는지도 알 수 있다. 2016년 11월 기준, 이천시 인구는 216,810명(내국인 210,335명, 외국인 6,475명)이다. 남자는 111,032명(51%), 여자는 105,778명(49%)이다. 기업은 총 959개로 37,591명이 근무한다. 대기업은 19개, 직원은 19,576명이다. 중소기업은 935개로 18,015명이다.

유적지와 문화재는 홈페이지를 보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내가 사는 고장의 훌륭한 역사를 알면 자부심도 생긴다. 그와 관련한 기사가 있는지, 책은 있는지 문화 탐방을 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먼 곳에 있는 유명한 문화재를 찾기 전에 자기 지역부터 시작해보자.

휴일에 내 지역만 살펴도 1년이 꽉 차고 넘친다. 문화재는 유형 문화재, 무형 문화재, 민속 문화재, 천연기념물, 사적, 명승지로 다양하다. 지자체마다 문화재를 내세워 여러 문화제를 열고 홍보에 앞장선다. 문화제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경제도 살리려는 것이다. 문화제를 지역 축제와 연계하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을 알리기 위해 축제를 열기도 한다.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마을 꾸미기에 앞장서기도 하고,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로 바꾸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시골을 여행하면 눈길을 끄는 곳을 만난다. 꼭 예술인이 아니어도 여유가 있는 장면을 마주치면 발길이 느려진다.

‘보고 안 드시면 늙는답니다. 두 개 드시면 아주 빨리 늙는다나요?’ 대추나무에 걸어둔 재치 있는 글을 보고 웃는다. 따먹지 말라는 경고보다 여유가 넘친다. 주인의 운치에 감복해 따먹지 못하고 보기만 했으니 나는 늙겠지. 주인의 품성을 느끼는 글을 몇 번씩 읽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이 밖에도 시골에서는 마을마다 면지를 발행한다. 면이나 읍마다 그 마을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마을의 유래와 전설을 상세히 안내한 책으로 읍사무소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들춰본다. 면지에 나온 주인공이나 후손을 알게 돼서 마을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어본 적도 있다.

- 나이 육십이 넘으니까 역사책이 재밌더라고.
- 역사책이요?
- 그래. 그러다 보니 한문을 알아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기에 요즘은 한문 공부를 하고 있어.
- 예? 한문을요?
- 그렇다니까. 명심보감 공부하는데 재밌어.
- 명심보감요?

뜬금없다는 생각에 상대가 한 말이 계속 따라 나왔다.

얼마 전에 만난 분이 명심보감을 공부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말인즉슨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데 위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까 한문을 알아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더란다. 그러는 중에 명심보감을 만났는데 한문으로 돼 있는 걸 혼자 공부하려니 힘들어서 가르치는 곳을 찾아냈단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배우니 무척 재미있다고 하면서 즐거워했다.

명심보감은 옛날에 어린이를 위해 만든 책으로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공부해보니 재미있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이외에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중인데 생활에 활력이 있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부한 것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책 쓰기 전도사’로서 기뻤다. 책 제목으로 ‘엄마가 말하는 명심보감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 역사책을 읽고 공부하니까 세상 이치도 좀 알 것 같고 말이야. 무엇보다 언젠가 다 죽을 것들이 저 지랄들 하는 거 보면 우습다니까.
- 다 죽어요?
- 그럼, 다 죽지.
- 그렇죠. 다 죽죠. 하하.
- 안 죽을 재간 없지!
둘이 한참 웃었다.

언젠가 다 죽을 사람인데, 어떤 길을 걷는가에 따라 아름답게 죽을 수도 있고, 험하게 죽을 수도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날 만세, 하고 죽지는 못할망정, 누구처럼 잘 놀다 간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손가락질은 받지 말아야겠다.

겨울비 오는 저녁에 생각이 깊어진다.
내 역사의 하루도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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