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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7

05. 귀촌, 인력사무소, 시스템으로 승부하라.

<귀촌에 투자하라>



살다보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때때로 한다. 시집 제목을 들추지 않더라도 이 말에 공감하면서 지나온 길을 아쉬워한다. 왜 몰랐을까 후회하기도 하고, 그때 이래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다고 한탄한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경험 부족도 있고, 조언을 들어도 모르쇠로 길을 걸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기반으로 삼으면 앞으로 나갈 길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또다시 세월이 지나고 나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고 탄식하지 않을까. 눈으로 봐도 생각이 짧아 예상은커녕 짐작할 지혜도 모자라 인생길을 힘겨워하며 걷는다. 연습 없는 인생이기에 누구나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간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에 나오는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실습 없이 죽는다’는 시처럼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는 것을 체험할 뿐이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빨려들어 우왕좌왕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여태까지 알고 있는 것을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늘 모자란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도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느라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귀촌하고 나서 생활이 바뀌니까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걸 느낀다.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 귀로 들어오는 것이 전과 다르다. 도시에 살 때와는 다르게 뭔가 눈에 보이면 생각도 따라붙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전과 다르게 반응한다. 생각이 바뀌니까 생활도 바뀐다. 어떤 게 먼저인지 모르겠다.

무슨 까닭일까. 단지 시골에 왔을 뿐인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못해 신기하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 살아서 그런가. 날마다 새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바람 소리와 빗소리를 듣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서 그런가. 꽃향기를 맡으며 살아서 그런가. 자주 웃어서 그런가. 시골 사람들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

시골은 농사 인력이 필요하다. 농번기마다 일손 부족으로 농민들은 고통을 겪는다. 여기에 품삯까지 올라 이중고에 시달린다. 또 오후 6시까지 하던 일을 30분 단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하고, 식사나 새참을 트집 잡아 불만을 드러내며 ‘갑질’한다. 각종 횡포에 시달려도 어쩔 방법이 없다.



신뢰를 바탕으로 일손과 자영농을 이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들과 자영농을 등록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로 안심하고 일할 여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농협과 시나 군에서 농촌 일자리 창출로 골머리를 앓는데, 이것을 특단의 묘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각종 공사나 수리에 필요한 인력도 있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공사할 때마다 인력 모집에 애먹는다. 가정집에도 필요한 인력이 있다. 시골은 아직도 지하수를 쓰는 집이 있다. 물, 전기, 가스 중에서 한때 공급이 끊기면 당장 급한 것이 물이다. 아파트처럼 관리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당황한다.

전기가 나간 것도 아닌데 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둥댄다. 간혹 지하수 모터를 연결하는 코드가 빠졌거나 헐거워져서 지하수가 안 나오는 때도 있다. 이장한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모터에 이상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마치 초보 운전자가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꺼진 걸 모르고 당황하는 것과 같다.

모터에 이상이 생기면 수도나 펌프 가게에 문의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모른다. 우리 마을은 다행히 마을 입구에 한일수도가 있어 임의롭다. 게다가 이장을 맡고 있어 수월하다.

시골에 살면 무엇보다 집수리 문제가 난관이다. 아파트는 하수구가 막혔을 때도, 수리업체를 불러야 할 때도 관리실에서 수리해주거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시골은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도시에서 살아온 이들은 이런 부분에 아는 게 없어 겁부터 난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필요한 여러 인력에 농사와 관련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두꺼비 프로젝트도 인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인력사무소는 면이나 읍 단위로 하나 이상 있다.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려면 인력을 조달할 시스템을 갖춰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인부로 등록하는 사람과 필요로 하는 업체를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두면 수요에 맞추는 데 효율적이다. 찾아가는 행정처럼 찾아가는 인력사무소를 운영해나가는 것도 차별화를 두는 전략이다.


지역마다 있는 인력사무소
: 보은, 예천, 군산, 일죽 인력사무소 전경. 
시골은 시나 군 외에 면이나 읍 단위에도 인력사무소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골집을 수리하는 상담 코너를 운영하면 더 좋을 것이다. 수요에 맞춰 적극 일을 펼쳐나가면 입소문이 나서 호응이 높아진다. 시나군에 이런 사업을 제안해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 수익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 단순 전화 상담으로 인력만 연결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기, 수도, 배관, 창호, 누수 같은 여러 업체와 연계한다.

그러면 작은 창고 하나 짓는 데 400만 원이나 들이지 않고 지을 수 있다. 비싼 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일이다. 나만 해도 당장 수리해야 할 곳이 있고, 좀 더 고칠 곳이 있는데도 견적을 받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나같이 바가지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시골집을 구하러 다닐 때 매물로 나온 집 외에도 집집이 고치지 않고 사는 걸 보고 의아했다. 창문에 유리 대신 비닐을 덧대기도 하고, 청테이프로 땜질한 집도 있다. 나무 대문이나 철 대문 모두 고치지 않고 그냥 산다. 담장도 여기저기 허물어진 채로 둔다. 왜 안 고치고 살지? 고개가 갸웃했다.

귀촌하고 나서 알았다. 뭐 하나 고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대부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바가지가 성행한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단순히 소개만 하는 인력사무소가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도 시골에서 펼쳐나갈 수 있는 사업이다.

인력사무소를 창업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총 8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통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창업하는 경우가 쉬운 편이다. 이 밖에도 직업상담사 1급이나 2급 국가기술자격증이 있거나 직업 소개와 관련 있는 상담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경우, 공인노무사 자격증, 공무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 교원자격증이 있는 경우가 자격 요건에 들어간다. 자세한 사항은 시나 군청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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