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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7

01. 정년퇴직은 해도 은퇴는 안 된다고요?!

<최고의 은퇴 기술>



구세대의 은퇴, 낀 세대의 은퇴

노후 준비니 은퇴 설계니 하는 생애 재설계 개념이 없었던, 아니 그런 개념이 필요 없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쩌면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보다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땐 그랬다. 어렵더라도 일단 취직을 하면, 제 발로 뛰쳐나오지 않는 다음에야 대체로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있었다. 2~3대가 한지붕 아래 살았고, 부모 봉양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퇴직 후에는 아들, 딸, 손자, 손녀와 한가로이, 때론 티격태격하며 노후를 보내다 생을 마감했다. 생계를 위한 노후 자금도, 홀로 늙어가는 고독도, 각종 노인성 질병도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런데 소위 ‘낀 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는 위로는 부모님 봉양을, 아래로는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후 또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90을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장수명 사회, 어느덧 백세시대가 먼 미래가 아닌 당면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환갑이라고 잔치를 벌였다간 비웃음거리가 되는 시절인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은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해방 시점을 정하라.

‘은퇴’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퇴직’과는 차이가 있다. 1970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61.9세에 불과했다. 당시 55세 정년퇴직은 곧 은퇴를 의미했고, 은퇴 이후 몇 년 남지 않은, 소위 여생(餘生)을 조용히 보내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은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남은 생’이라 부르기엔 은퇴 이후의 삶이 끔찍하게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과 준비가 절실해진 까닭이다.

은퇴 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것은 시기 구분이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물러나는 ‘은퇴 시점’과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는 소위 ‘해방 시점’이다.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은퇴를 기준으로 ‘소득’의 변화가 발생하며, 자녀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배우자와 자신만이 남아 가계를 꾸려가는 해방 시점을 기준으로 ‘지출 구조’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정년퇴직과 은퇴, 해방 시점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일치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자녀의 독립이 빠르고 충분한 은퇴 자산이 준비되어 있다면 정년퇴직이 곧 은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 뒷바라지 기간이 길어지고 은퇴 자산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정년퇴직은 물론이고 해방 시점이 지나도 여전히 노동시장을 기웃거려야 할 수도 있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속에 희망퇴직, 명예퇴직,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는 노하우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정년이 닥치면 퇴직을 피할 수는 없다. 또 정년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퇴직을 하고 어렵게 재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정년퇴직만큼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정년퇴직은 누구에게나 닥쳐오지만 아직 몸과 마음이 젊고 정년까지 긴 세월이 남았다고 생각해서, 혹은 어차피 정년까지 직장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정년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아직 정년이 되지 않았다면, 현재 일을 하고 있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든, 지금 이 순간부터 정년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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