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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9. 2017

02. 계속 일할 것인가, 연금으로 살아갈 것인가?

<최고의 은퇴 기술>



막연한 두려움 VS 대책 없는 낙관


정년퇴직 후 계속 일할 것인지, 연금으로 살아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아마도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서 본인이 원한다면 계속 일할 수 있다거나, 일선에서 물러나도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고민도 아니다. 비록 정년 이전보다 월급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만 구할 수 있다면, 풍족하게 떵떵거리며 살 수는 없더라도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면 말이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두 가지 대표적인 감정은 막연한 두려움과 대책 없는 낙관이다. 그동안 적게 벌었든 많이 벌었든 이제 당장 현실로 닥쳐올 소득 단절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공포에 가깝다. 월급이 10~20% 정도만 감봉되어도 가슴이 답답할 노릇인데, 월급이 아예 사라진다면 눈앞이 캄캄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며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며 뾰족한 대책도 없이 마냥 낙관하는 이들도 있다. 또는 이런 상반된 감정과 태도가 혼재하거나 교차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정년퇴직 이후의 계획을 물어보면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벌써 정년퇴직이라니 걱정이 앞섭니다.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정신 멀쩡하고 팔다리 튼튼할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퇴직하면 바로 재취업해서 가능하다면 적어도 70세까지는 일할 생각입니다.”


“저는 이제 정년퇴직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편안하게 놀 생각입니다. 첨에 이 회사에 들어올 때는 딱 3년만 일해서 땅 살 돈만 모으면 고향에 돌아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려고 했는데, 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35년이나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엇갈린 대답들이 나온다. 소득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70세까지 일하겠다는 분은 이렇게 말한다.

“준비해둔 게 뭐 있어야죠. 고향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이 조금 있습니다. 전답이 한 이삼천 평쯤 되고, 부모님이 사시던 조그만 집이 한 채 있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랑 하나 있는 원룸은 팔아서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고향에 가서 살까 합니다.”


                        
                                    

그런데 퇴직을 한 뒤 편안하게 살겠다는 분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아직 막내가 대학교 3학년이고, 큰놈은 졸업한 지 한참 지났는데 취직도 못하고 결혼도 안 하고 있네요. 뭐 어떻게 되겠죠.”


결론적으로 말해 준비된 퇴직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퇴직은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 다시 말해 계속 일할 것인지,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연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할 것인지 등의 여부는 퇴직 이후의 생활에 대한 준비 정도에 달려 있다.


            

생수 한 병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면


2016년 8월에 개봉한 〈터널〉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무너진 터널 속에 갇힌다. 아찔한 붕괴 사고에서 천운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살아서 터널을 벗어날 길이 막막하다. 마침 차 안에는 터널 진입 직전 주유소에서 받은 생수 두 병이 있다. 사고 직후 생수를 발견한 주인공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나 얼마 후 구조대와 통화가 이뤄지고, 자신이 구조되기까지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곤 생수병에 눈금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생수병 뚜껑에 조심스럽게 물을 부어 마신다. 어쩌면 마신다기보다 입안을 적신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입안을 적시듯 마신다면 시원함은커녕 더 심한 갈증을 느낄 것이고, 무엇보다도 단숨에 들이키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재무 설계나 은퇴 설계를 하는 일 역시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남은 시간 동안 나눠 마실 수 있도록 생수병에 눈금을 그려 넣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100년 동안 살 만큼의 충분한 자원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눈앞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고통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퇴란 터널의 붕괴처럼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좀 더 일찍 깨우치고 계획한다면 터널에 갇힌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더 많은 생수를 준비할 수 있다. 마실 물이 넉넉하다면 차나 커피를 준비해서 여유를 즐길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의 생수병에 당장 마실 물밖에 없다면 아직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물을 충분히 채울 수 있도록 부지런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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