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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9. 2017

01. 당신의 말이 오해를 부른다면 '이것'을 체크하라

<악마의 대화법>



애매한 말과 모호한 뜻

먼저 다음의 예시를 보자.

“차를 너무 빨리 몰지 마.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러니? 근데 너무 늦게 가면 안 돼. 나 지각한단 말이야.”
“물이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차가워도 안 돼.”
“저 사람은 옷차림이 학생 같은데 다시 보니까 학생 같지 않기도 하네.”
“내가 만든 이 기획서 참 괜찮은데 자세히 보면 또 별로야.”

우리는 이렇게 애매모호한 화법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많다. 운전을 너무 빨리 하지도 느리게 하지도 말라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뜻일까? 어느 정도가 중간 속도일까? 물이 너무 뜨거워서도 차가워서도 안 된다면 몇 도쯤 돼야 적당할까? 이렇게 애매모호한 말을 들으면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헷갈린다.



당신도 한 번쯤은 저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화법을 들으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싶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말도 애매모호하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걸까, 아니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사실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조차 그 말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헷갈리고, 결국 양쪽 모두 옳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애매모호한 화법이야말로 화법을 비논리적으로 만드는 진짜 범인이다. 이처럼 생활 속의 애매모호한 논리의 오류를 피하고 싶다면 다음의 두 가지부터 실행해보자.


첫째, ‘뭐든 좋아’는 이제 그만!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사업부 중간 간부직을 맡고 있는 팡타오는 업무 능력이 괜찮은 편이다. 회사 안에서 그는 ‘오케이 맨’으로 통하는데, 대화할 때마다 “다 괜찮아, 오케이야”라는 말을 자주 해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루는 행정부서에서 사무용품을 구매한다며 부서별로 필요한 물품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팡타오는 종이가 필요하다고 신청했는데 신청서를 본 담당자가 어떤 종류의 종이냐고 물었다. 팡타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다 괜찮아, 오케이야.”
“다 괜찮다니요? 종이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데요. 필요한 종이가 인쇄지예요, 화선지예요? 전지도 있고 마분지도 있잖아요. 이렇게 종류가 많은데 어떤 게 필요한지 저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담당자가 재촉했다.

“다 괜찮아. 글씨 쓸 수 있는 종이면 아무거나 사요.”
“부장님도 참. 글씨 쓸 수 있는 종이도 규격이 다양합니다. A4도 있고 B3도 있고 16절지도 있어요. 어떤 종이가 필요하신데요?”
“다 괜찮으니 알아서 사라니까.”

팡타오는 그렇게 말을 맺고는 업무에 집중했고, 담당자는 별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행정부서에서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인쇄용지인 16절지를 대량으로 구매해 사업부에 보냈다. 그런데 종이를 본 팡타오가 인상을 쓰며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사내 붓글씨 쓰기 대회를 계획하고 있던 터라 화선지가 필요했는데 도착한 종이가 전부 16절지였기 때문이었다. 팡타오가 항의하자 담당자는 억울하다는 듯 대꾸했다.
“제가 여쭤봤을 땐 부장님이 다 오케이라고 하셨잖아요.”

이야기 속 팡타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무슨 종이가 필요한지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으니 담당자도 물품을 잘못 산 것이다. 우리도 생활 속에서 “다 오케이야.” “둘 다 괜찮아.” “마음대로 해.” “알아서 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진심일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무엇을 원하는지 정해두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를 막론하고 반드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것 또는 저것을 제대로 가리키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논리적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둘째, 정확한 언어를 사용한다. 
두 번째 방법은 언어를 구사하는 데 중의적인 표현을 삼가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것이다. 단어는 크게 긍정의 뜻을 내포한 것과 부정의 의미를 띤 것, 중의적 표현을 띤 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중의적 표현은 상황과 문맥에 따라 긍정의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부정의 어감을 풍길 수도 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의 오해를 사기 쉽고, 뜻하지 않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샤위와 자오웨는 공모전에 함께 참가했지만 샤위만 상을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자오웨는 샤위가 상을 타서 기뻤다. 한자리에 모인 동료들은 자오웨가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자 이렇게 물었다.
“자오웨, 샤위가 상 받으니 어때?”
“좋죠. 요새 샤위를 볼 때마다 굉장히 으쓱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샤위는 얼굴이 굳어졌고, 동료들도 자오웨가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자오웨는 샤위가 상을 받아 자신이 무척 으쓱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동료들과 샤위는 상을 탄 이후로 샤위가 아주 으쓱해하는 것 같으니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으쓱하다’는 전형적인 중의적 표현이라 오해를 사기 쉽다. 때로는 이렇게 입장을 명확히 하고도 언어 구사를 잘못한 탓에 타인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의적 표현을 삼가고 감정적인 어감이 분명한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오웨가 사용한 ‘으쓱하다’는 표현을 ‘자랑스럽다’로 바꾼다면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가 한층 명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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