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에 투자하라>
혹시 유산 때문에 속 썩고 있나요?
자식을 잘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내 자식만큼은 착하다고 맹신한다. 죄를 짓고 징역살이를 해도 우리 아이 잘못은 아니다, 친구 꾐에 빠져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을 하늘처럼 믿는다. 욕을 해도 본심이 아니다. 명백한 사실에도 남이 손가락질하면 쌍심지를 켠다.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무지몽매에 목을 맨다.
대대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들한테 소망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형제남매간에 우애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러 의절하고 지내기도 한다. 더군다나 전처, 후처를 넘어 서너 번째로 이어가면서 자녀를 남기면 그들끼리 정이 두터워지기 힘들다.
자식한테 거는 기대와 믿음에 따라 어리석게 판단한다. 남은 자손끼리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물건에 여러 명의 자손을 묶어 재산을 배분한다. 이는 현실을 헤아리지 못하는 여망이다. 유산 때문에 자식들이 모이면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기는커녕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의견이 분분해 몇 년 동안 팔지 못해 애태운다. 부모 마음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300억쯤 하는 큰 건물에 20명을 공동 상속으로, 나머지 임야, 대지, 주택, 아파트도 각기 3~4명, 또는 10명씩 묶어 상속한다. 모든 유산을 이처럼 해두면 본인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묶인 물건의 상속자들이 서로 화기애애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생전에 고심해서 배분한 일이 헛수고가 된다.
본인 사후에 후손들이 친화하길 바라는 속내가 오히려 고통을 불러온다. 편이 갈리면서 지독한 알력이 끊이지 않는다. 배다른 형제남매까지 보태면 더 골 아픈 일이 벌어진다. 본인한테는 다 같은 자손이라도 그들의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상속을 미리 정리할 때도 지혜롭게 해놓지 않으면 불화의 원인이 된다. 자손 중에 돈이 아쉬워 물건 하나를 팔려는 사람이 있어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속을 끓인다.
시골집을 구하러 다닐 때 이런 매물을 만나면 상속자들의 의견이 틀어져 판다, 안 판다를 오가면서 매수자가 헛걸음치기도 한다. 상속이 몇 대로 내려오면서 정리해두지 않아 팔리기 힘든 매물도 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후손이 몇십 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 단절한 이도 있고, 연락 두절에 해외로 이민 간 자손도 있다.
경매 물건도 공동 상속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흔하다. 이러면 아무래도 꺼려질 수밖에 없다. 두세 명도 아니고 몇십 명씩 있으면 지레 골 아프겠다고 여긴다. 모두 여러 명으로 묶거나 자동 상속으로 벌어진 일이다. 상속자 중 한 명이 경제적으로 힘들면 나머지 사람이 그 지분만큼 사들이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결국 경매까지 온 것이리라.
하나도 정리해놓지 않았다면 어떨까. 법대로 할 테니 합리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 많이 가지려고 싸운다. 더 가져야 하는 이유는 저마다 확고하다.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묵은 불만이 터져 나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자녀가 딱 두 명이면 간단할까. 유산을 몽땅 차지하려는 아들도 있다. 의논은 고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동생에게 서류를 보내라고 한다. 뭐에 쓰려고 그러느냐고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상속 포기를 위한 것이란다. 이럴 때 여동생이 반기를 들면 사이가 나빠지고 만다. 본인 재산이 몇 배나 있어도 욕심은 줄어들지 않는다.
뉴스에도 심심찮게 나오는 유산 분쟁을 보면서도 내 자식들은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재산을 자식에게 나눠줄 생각이라면 ‘건강할 때 현명하게’ 준비해둬라. 그렇지 않으면 자식들이 오히려 의가 날 수도 있다.
- 재산 정리?
- 네.
- 뭐 지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그런 것까지 내가 일일이 해줘야 하나?
- 그래도 나중에 자녀들이 다투면 어떡해요. 미리 준비해두면 좋죠.
- 에이, 우리 애들이 얼마나 우애가 좋은데.
나이가 좀 드신 지인을 만나면 가끔 묻는다.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자신만만한 표정에는 안심이 묻어 있다. 이어서 자식들이 효도한 이야기를 보탠다.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모르잖아요.
- 모르긴 뭘 몰라. 그럴 리가 없어.
대부분 자녀들이 싸울 리 없다고 단정한다.
오히려 미리 해두면 서운한 쪽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부모 마음 다르고 자식 마음 다르니까, 하고 염려를 흘린다.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식 믿음이 더 크다. 이 사실 자체가 모순이란 걸 모른다. 미리 정해두지 않아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에 태평하다.
유산은 보통 동산과 부동산을 말한다. 사물이나 문화 또는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유산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정신적 유산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 찰리 디킨스가 《위대한 유산》에서 말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짐 스토벌의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위대한 유산》은 가족이고, 유산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교훈이다.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는 유산을 어떻게 남기면 좋을지 고심하게 한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야기로 가족이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면 좋을 책이다.
일찌감치 ‘유산 안 남기기 운동’을 펼치는 이들도 있고,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유산의 3분의 2는 사회에 환원하자는 기치가 돋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좋은 유산 남기기 운동’은 어떨까. 물질적인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주위에서 본다.
시골에 살면 세상사 관심이 달라진다. 하늘과 땅을 가깝게 느끼며 살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곳곳에 널려 있다. 후손 없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남기고 가야 하나, 하는 화두에 생각이 깊어진다. 재산이 없어 유산 안 남기기 운동에는 동참하지 못하더라도 버려야 할 것만 남겨야지, 하는 각오를 다진다.
오늘 아침 해는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