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은퇴 기술>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고?
“노후 자금으로 얼마나 있으면 될까요?” 은퇴 설계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돌아오는 답변의 패턴은 거의 유사하다. “그야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그러면 다시 물어본다. “당연히 많을수록 좋지만 그래도 어림잡아 얼마쯤이면 될까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응답한다. “음…… 한 10억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10년 넘게 들어온 익숙한 답변이다. 얼마쯤 있으면 부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기준은 10억 원이었다. 뭔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큰일을 도모하자면 한 10억 원쯤은 있어야 한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 듯하다. 반면 은퇴 설계를 한 번쯤 해본 사람들은 10억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일단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대충 10억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60세에 은퇴해서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자금이 필요한 기간은 40년이므로 1년에 2,500만 원(매월 약 208만 원)씩 쓰면 10억 원이니, 정말 10억 원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인 가족이 한 달에 140만 원으로 30년간 살아야 한다면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퇴직하기 전에 과연 10억 원을 모을 수 있을까?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땡전 한 푼 남김없이 고스란히 저축한다 해도 20년을 모아야 10억 원이 된다. 30세에 용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해서 구사일생으로 구조조정의 된서리를 견디고,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의 칼바람을 피해 가까스로 60세 정년을 채운다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30년이다.
30년간 평균 연봉을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20년 치 소득으로 노후 자금 10억 원을 만들고, 남은 10년 치 소득인 5억 원으로 4인 가족이 30년 동안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켜야 한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30년 동안 한 달에 대략 140만 원(5억 원 ÷ 30년 ÷ 12개월 = 1,388,888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2017년 기준, 국민생활보장법상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786,952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아무리 주먹구구식 계산이라 해도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사실 30년간 평균 연봉이 5,000만 원이라는 가정도 현실적이지 않다.
2017년 4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200만 원 미만 근로소득자는 45.2%였다. 2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은 26.4%, 300만 원 이상~400만 원 미만은 14.2%, 400만 원 이상은 14.3%였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의 월급쟁이들이 월급만 받아서 노후 자금을 준비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공포 마케팅에 휘둘리지 마라.
이렇다 할 전문 지식도 투자 경험도 없이 부동산 투자나 주식투자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도, 치킨집이니 커피전문점이니 부업으로 자영업을 고민하는 이유도 월급만으로는 은퇴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월급만 모아서는 아무리 알뜰하게 살아도 노후 대비는커녕 자식들 뒷바라지도 어렵겠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미래에 대한 자포자기나 수익률에 대한 모험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보험 회사의 일부 설계사들이 연금 상품을 판매할 때 이와 유사한 계산 방식을 제시하며 공포 마케팅을 펼친다는 점이다.
“백세시대가 도래했고, 정년퇴직 후 40년 가까이 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은퇴 자금이 필요한데 준비는 하고 계시겠죠?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때문에 준비를 못하셨다고요? 저런, 큰일이군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연금 상품 하나쯤은 장만하셔야 돼요.”
그렇다면 대한민국 급여 생활자의 대부분은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단지 노후 자금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지금부터,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사전 정리와 기준 설정에서부터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올바른 계획 수립까지 차근차근 접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