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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0. 2017

06. 타인의 잘못을 너무 몰아붙이면 악운을 부른다.

<운을 읽는 변호사>



도덕적 과실이라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과실은 때로는 정말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속죄하지 않으면 행운은 결코 손에 쥘 수 없습니다.

무서운 죄를 범하면 범할수록 속죄도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람을 셋이나 죽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으로 판가름할 수 있는 종류의 살인은 아니지만, 제가 한 일 때문에 사람 셋이 죽은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고백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희생자를 낸 것은 막 변호사가 되었을 때쯤입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채권 추심을 의뢰받았습니다. 저는 대리인으로서 채무자를 찾아가서 “약속한 기한은 이미 지났으니 바로 채권을 지급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독촉했습니다. 그 사람은 상당히 절박한 듯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제게 간절하게 부탁하며 유예를 청했습니다.

저는 의뢰자에게 그러한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는 너무나 완고한 사람이라 유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자의 대리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의뢰자와 마찬가지로 채무자에게 엄격한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전화나 서면으로 상대의 약속 위반을 질책하며 빨리 채무를 변제하라고 반복해서 재촉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마지막 전화 연락으로부터 일주일 후, 채무자는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유서에는 ‘니시나카 변호사에게 유예를 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자의 대리인입니다. 당시의 저는 의뢰자가 완고하면 대리인도 완고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추궁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도 죽음을 선택할 만큼 궁지에 몰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나의 일처리 방식이 나빴기 때문에 채무자는 죽음을 선택한 것입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미숙한 나머지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은 것이지요.

법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도의적으로는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을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저는 같은 상황에 처한 젊은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강압적으로 굴면 안 돼. 돈을 안 갚겠다는 게 아니야.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강요하지는 마.” 젊은 시절의 제가 저지른 죄를 이제 막 법조인이 된 젊은 변호사들이 저지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두 번째 희생자는 제가 변호사가 된 후 수년이 지나 와지마 이와키치 선생님의 사무소에서 막 독립했을 때 생겼습니다. 저는 재판에서 70대 남성을 증인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자에게 유리한 사실을 가능한 한 많이 증명해내야 합니다. 의뢰자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왔을 때 만약 거기에 모순이 있다면 그 증언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추궁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입니다.

당시 그 재판의 증인이 하는 말에는 모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의 재판과 똑같이 발언의 모순점을 엄격하게 추궁했습니다. 저로서는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모순을 지적받고, 사실 여부를 추궁당하던 증인은 재판 도중에 법정에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상대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몰아붙일 작정은 아니었으니까요. ‘노인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 걸까.’ 그런 후회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로부터 이틀 뒤, 그 증인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망연한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히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람이 죽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정말 죄가 많은 직업이구나,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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