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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0. 2017

08. 거친 바다를 방랑한 오디세우스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함부로 지혜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일을 예언자가 가르쳐주는 그대로 따라했다. 그들이 탄 배가 세이렌들이 살고 있는 섬을 지나게 되자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밀랍을 녹여 귀를 막게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귀를 막지 않았다. 세이렌들의 노랫소리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지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자신을 꽁꽁 묶은 후 부하들에게 섬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결코 자신을 풀어주지 말도록 지시했다. 세이렌들은 상반신은 여인의 모습,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한 여자괴물로 그 출신과 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세이렌들은 원래 아름다운 바다의 요정이었는데 페르세포네가하데스에게 납치될 때 도움을 주지 않은 죄로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가 벌을 내려 새의 다리가 생겼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녀들이 뮤즈들과의 노래 대결에서 패하여 뮤즈들에게 날개의 깃털을 뽑혔고 뮤즈들은 그 깃털로 왕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세이렌들은 매혹적인 목소리를 자랑했는데 선원들은 그들의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푹 빠져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노래만 듣다가 결국 굶어죽었다. 그래서 세이렌들이 살고 있는 섬에는 사람들의 백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르고호의 영웅들도 세이렌들에게 홀린 적이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배가 다가가자 세이렌들이 그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를 그리스 최고의 영웅이라 칭송하며 자신들의 노래가 여정의 고단함을 말끔히 씻어줄 것이라고 속삭였다. 오디세우스는 금세 이성을 잃었고 노래를 들을 수만 있다면 목숨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돛대에 묶인 채 몸부림을 치며 자신을 풀어달라고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밀랍으로 귀를 막은 부하들은 그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오히려 더욱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렇게 그들의 배는 달콤한 죽음의 바다를 무사히 통과했다.



트로이가 함락됐다는 소식은 일찌감치 이타케로 전해졌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았고 급기야 그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자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름다운 과부와 많은 재물을 노리고 108명의 구혼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오디세우스의 궁전에서 지내며 수년 동안 매일같이 연회를 열고 춤과 노래, 도박 등을 즐기며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축냈다. 그리고 페넬로페에게 자기들 중 한 명과 결혼하라고 압박했다. 오디세우스의 연로한 아버지 라에르테스 왕은 그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왕궁을 떠나 피신했다. 지고지순한 아내 페넬로페는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구혼자들 중 한 명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낮에는 열심히 천을 짜고 밤에 몰래 다시 실을 풀었다. ‘페넬로페의 천짜기’라는 말은 그렇게 생겨났고 현재 영원히 끝낼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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