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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7. 2017

06. 말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방법

<악마의 대화법>



사실적 주장의 근거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논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을 포함한다. 이 세계가 과거에 어땠고 지금은 어떠하며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형식은 다를 수 있다. 결론일 수도 있고 근거나 가설일 수도 있지만 발화자의 목적은 같다. 우리가 그의 견해를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사실적 주장(factual claims)이라고 한다.




사실적 주장을 접했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왜 그 주장을 믿어야 하지?” 이어서 나올 질문은 이렇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있나?” 증거가 필요하지만 제시되지 않은 경우, 그 주장은 어떤 방식으로도 증명되지 못한 단순한 주장(mere assertion)에 속한다. 단순한 주장일 경우에는 물론 그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상대방에게 증거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제시된 증거가 있다면 세 번째 질문을 해야 한다. “이 증거에 얼마만큼의 효력이 있나?” 논증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믿을 만해 보이는 다른 사실적 주장과 반드시 비교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미국 상원의원들은 남성이다’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당신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요가 수련은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지만 근거는 부족하다. 어떤 주장이 절대적인 진리나 오류라고 증명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매우 어렵다.

그 주장이 진실인지를 묻기보다 해당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이렇게도 물을 수 있다. “우리가 이런 견해를 믿어도 될까?” 일반적으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많고 질이 높을수록 그 주장에 대한 우리의 믿음도 커지며,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는 매우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이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시판 생수가 수돗물보다 음용수로 더 안전하다’는 견해는 서로 상충되는 증거들이 많으므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주장이 견해인지 사실인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증거의 양이다.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많을수록 그 견해의 ‘사실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토론회 등을 보고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어떤 사실적 주장이 가장 믿을 만한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주장의 신빙성을 어떻게 확신
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 당신은 무엇을 증명합니까?
◆ 그것이 사실임을 어떻게 압니까?
◆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 어째서 그렇다고 믿나요?
◆ 그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합니까?
◆ 증명할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는 습관을 기르면 당신도 곧 최고의 질문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질문은 주장을 펼친 논증자에게 논증의 바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함으로써 그 주장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논증을 성실히 준비한 사람이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그들은 사실적인 증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신도 자신이 제시한 증거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해 결론을 조금씩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논증자가 만약 증거를 제시하라는 간단한 요구에 화를 내거나 숨어버린다면 문제가 있다. 증거를 내놓기가 불편하다는 의미인데, 스스로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 주장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

이런 질문들을 자주 던지다 보면 어떤 주장이 백 퍼센트 사실이라고 증명하거나, 또는 아예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경우 모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주장은 많은 증거로 증명되고 있지만, 이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들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증거의 개수나 출처 등을 비교해 어떤 주장이 더 믿을만한지 판단해야 한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싶다면 대화할 때 ‘증거의 효력은 어떠한가?’를 물어야 한다. 상대의 답변을 통해 그가 자신의 사실적 주장에 대한 근거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사실적 주장의 신빙성이 높아질수록 대화의 설득력도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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