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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2. 2017

05. 현대판 노예

<습의 시대>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시대 검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로마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들의 잔혹한 경기에 열광했다. 높은 수준의 정치, 문화, 예술을 갖추었던 로마가 어떻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토록 잔인한 경기를 즐겼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검투사들은 오늘날의 스타같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받았다고 한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에 열광하다니 인간이 그토록 잔인하고 미개했나 싶다. 그렇다면 왜 로마는 이토록 잔인한 경기를 즐기게 되었나? 공화정으로 시작했던 로마는 해외 정복 전쟁을 통해 제국으로 발전하였고 정복한 나라에서 잡아온 노예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전쟁으로 얻게 된 막대한 전리품과 부는 소수의 귀족층에게 집중되었고 노동은 잡혀 온 노예들의 몫이었다. 노예들은 로마 중산층의 일자리를 점점 잠식해 나갔다. 일자리를 노예에게 빼앗긴 중산층의 폭동을 우려한 로마 정권은 일자리를 잃은 중산층에게 기본적인 먹거리를 제공하였다. 오늘날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비 지원의 시초와 같은 것이다. 국가에서 기본적인 먹거리를 지원받으며 생활하게 된 몰락한 중산층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들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검투사들의 경기를 구경하며 무료함을 달랬고 무료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중은 점점 더 자극적인 경기를 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몰락한 중산층은 로마 패망의 한 원인이 되었다. 

지난 300년 동안, 자본주의는 몇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때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본격적으로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19세기 말에 발명된 전기와 전화, 자동차가 2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20세기 세계 경제를 지배했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을 일컫는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글로벌 경제체제가 확립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 온통 화두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기들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의 활성화를 포함하여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3D 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지능 정보 기술의 혁명’인데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과 이를 탑재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거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46차 세계 경제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바이오기술 등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러미 리프킨이 극적으로 표현했던 ‘노동의 종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동의 종말은 어떤 면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 자본주의는 그동안 새로운 기술과 대중들이 직업을 통해 얻는 소득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대중들은 그런 일자리 덕분에 소득을 얻어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그런 일자리들이 있었기에 다들 지방에서 상경하여 공장노동자로, 기술자로, 사무직으로 취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직업이 사라져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더이상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유지되는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게 된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직업이 소득과 분리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왜냐면 로봇에게는 ‘직업’은 있지만 ‘소득’은 없기 때문이다. 로봇에게 임금을 주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정부로부터 최저 생계비를 지급받게 될 것이므로 반대로 직업 없는 소득은 발생하게 된다. 중산층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맡겨 버리고 중산층의 소득을 빼앗은 소수의 자본가들이 부를 독점하는 시대, 앞서 글래디에이터가 활약하던 로마 시대와 오버랩되지 않는가? 인공지능 로봇은 현대판 노예인 셈이다. 그것도 아주 똑똑하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노예다.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가장 혁신적인 도구, 돈과 신용을 기반으로 ‘자본주의’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혁신적인 도구, 인공지능에 의해 ‘창조적 파괴'를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인공지능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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