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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8. 2016

02. 당신도 혹시 발달장애인가?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인간의 발달을 결정짓는 것이 유전이냐 환경이냐의 논의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애착은 양육환경 즉 ‘육아 방식’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약 4분의 3이 환경 요인에 좌우된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 즉 유전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다. 유전 요인이 강한 기질이나 특성도 엄연히 존재한다. 발달장애는 애착 장애와는 반대로 유전 요인 등의 타고난 요인에 의해 생긴 뇌 기능의 장애라고 정의한다. 대략 70~80%, 즉 4분의 3 정도가 유전 요인이라고 본다. 태어난 직후에는 분명하지 않지만, 발달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나이가 들면서 장애가 명백하게 나타난다. 

     
지능이나 운동 기능의 저하라면 알아채기 쉽겠지만, 지능과 운동 기능은 정상인데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는 능력만 떨어지거나 듣고 이해하는 능력만 약한 경우라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ADHD와 우울증
     
최근에 어릴 때 ADHD가 있었던 사람이 성인이 된 이후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린 시절의 과잉행동이나 주의산만이 사춘기 시절부터 정서불안 경향을 보이다가 성인이 된 이후 우울증이나 감정의 기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언뜻 순조롭게 자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취직하고 나서 혹은 관리직이 되고 나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검사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 ADHD 경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현재도 ADD에 동반하는 수행기능 장애를 보였다. ADHD는 나이가 들면서 과잉행동 성향은 개선되지만, 부주의나 충동성은 남기 쉽고 수행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예도 많다. 수행기능 장애란 주어진 과제를 척 척 처리하는 능력으로, 수행기능 장애가 있으면 실수가 잦고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능률이 떨어진다. 우울증 자체도 부주의를 악화시키거나 수행기능을 저하하므로 애초에 ADD가 있는 사람은 쓸데없는 실수나 능률 저하가 두드러지게 된다.
     
우선 우울 증상 개선이 중요하다. 우울장애가 있으면 부주의나 수행기능 장애가 한층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ADD 자체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치료도 진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성인이라도 ADD를 개선하는 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유형의 약은 노르아드레날린계를 활발하게 만들어 전두엽 기능을 강화해서 기존 약보다 안정성도 높다. 부주의가 심하고 학습능력 저하의 경우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욕과 끈기도 개선될 수 있다.
     

읽기 장애와 쓰기 장애 
   
읽기 장애(난독증)는 글자나 문장을 매끄럽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저하된 것을 말한다. 읽는 속도가 느리고 계속 더듬거나 첫 단어가 좀처럼 읽히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글자를 빠뜨리거나 잘못 읽고,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읽는 경우도 많다. 또 읽은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독해력도 떨어진다.

읽기 장애가 있어도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책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글을 읽어도 머리에 잘 남지 않고 빨리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므로 설명서 등이 딸려 있어도 읽으려고 하지 않고, 실제로 해보면서 사용 방법을 터득하려고 한다. 철자를 잘 틀리는 경향도 보인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훈련은 독서이며,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뜨면 급격하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읽는 것의 어려움을 잊을 만한 재미있는 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읽기 장애가 있어서 15, 16세까지 독서라면 기겁을 했던 아이가 두꺼운 책을 연달아 독파하게 된 사례도 다수 만나 왔다. 
     
쓰기 장애는 읽기 장애보다 늦게 개선되는 데다 노력과 훈련도 더 많이 필요하다. 컴퓨터의 보급은 쓰기 장애인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었지만, 훈련의 장을 빼앗아버린 면도 있다. 쓰기 장애가 있는 성인은 직접 손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상대방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영수증을 쓸 때는 압박감이 크게 다가온다. 숫자도 읽기 어려운 악필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실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무작업을 동반하는 일은 아무래도 어려워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읽기 장애나 쓰기 장애가 있는 사람 중에는 시각적, 공간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아서, 미술이나 손재주가 필요한 기능(技能), 스포츠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면 길이 열릴 것이다. 
    

 
읽기 장애가 있어도 다른 쪽 지능을 살려서 활약하는 사람은 많다. 배우인 톰 크루즈나 화가 파블로 피카소도 읽기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의 아버지는 공부를 못하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들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림 실력을 향상하는 쪽으로 집중했다.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도 쓰기 장애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도 엉망인 데다 철자 실수가 잦았다고 한다. 학업성적도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그에게는 행동력이 있었다. 군 복무 시절 어뢰정 수장을 맡았는데 일본 해군의 구축함과 충돌하고 솔로몬제도 앞바다에서 표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건을 오히려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데 아주 잘 이용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도 찾아볼 수 있다. 복사 서비스 전문 업체인 킨코스를 창립해 대기업으로 발전시킨 폴 오팔라(Paul Orfalea)도 어린 시절부터 읽기 장애와 ADHD가 있어서 초등학교를 여덟 번이나 옮겼고, 그중 네 곳에서는 퇴학 처분을 받았다. 오팔라의 읽기 장애는 중증이라 성인이 돼서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제법 남아 있어서 사무적인 업무 등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아찔해지는 사람들 
   
산술 장애는 전반적인 지능에 비해 계산이나 수학적 능력만 눈에 띄게 저하된 것을 말한다. 단순히 계산과 같은 수학적인 처리가 서툴 다기보다 수학적인 개념이 이해되지 않는 것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숫자라는 기호 자체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 단계부터 소수점이 나 분수, x나 y와 같은 기호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이 있다. 수적 처리는 가능하지만, 공간도형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예도 있다.

산술 장애는 읽기 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예도 있지만, 산술 장애만 보이는 예도 있다. 추상적인 능력과 관계가 깊고, 추상적인 기호나 이미지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물로 바꿔서 상상하기 쉽게 함으로써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즉 교수법이나 학습법에 따라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숫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열등감이나 자기부정을 갖기 쉽지만,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인물 중에서도 숫자에 약했던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신 분석학자인 칼 융이나 진화론을 창시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절대 그 사람의 능력이 낮은 것이 아니라, 그저 한 가지 특성에 불과하다. 반드시 다른 영역에서는 뛰어난 면이 있을 것이다.
     
유니클로의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도 고등학교 때 숫자에 약했다고 한다. 다른 과목은 성적이 좋았는데 수학만 20점, 30점밖에 받지 못했다. 빵점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야나이는 어떻게 했을까. 약한 분야는 제쳐놓고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었다. 국어, 영어, 사회로 시험을 칠 수 있는 사립 문과계열에 집중해서 멋지게 와세다 대학교 정경학부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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