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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2. 2017

06. 인공지능 혁명

<습의 시대>



만약 신이 당신에게 나타나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당신을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면 어떨까? 그것은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는 것처럼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만일 그런 일이 가능해서 진짜로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의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피하고 더욱 성공적인 인생으로 자신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은 상상만으로도 즐겁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매주 1등 당첨자가 여러 명씩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금부터 10년 후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10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다면 반대로 10년을 미리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지 않겠는가?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지혜를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라 생각과 신념을 도구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생각과 신념이 무너지면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 앞으로 10년을 잘 예측해야 우리들이 준비하고 살아가야 할 생각과 신념이 생긴다. 우리의 위대한 도구인 생각을 활용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생각은 앞서 말했듯이 ‘구분 짓기’, ‘범주화’를 말한다. 구분을 짓고, 범주화를 하는 것이 생각이며 정신이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기초적인 구분 짓기에서 시작해서 상대방과 나를 구분하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 공부해야 할 것과 할 필요가 없는 것 등을 구분 짓는 것이다. 미래에는 늘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나 상상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들을 펼쳐놓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이를 추려 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생각해 보라. 이게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먹으면 죽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저 막연한 추측만으로 덥석 내 입에 가져다 넣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그 ‘원칙’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과학 기술들 중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들을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다. 스티븐 코틀러는 이를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기술(technologies on exponential growth curves)’이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실리콘 밸리의 컴퓨터 기술의 혁신을 예측한 무어의 법칙이 있다. 사실 무어의 법칙은 물리학적 이론이라기보다는 경험적 관찰에서 나온 결론이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약 2년마다 2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꾸준한 혁신으로 같은 면적 안에 보다 촘촘하게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으면서 반도체가 발전했고 컴퓨터 능력도 따라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른 발전의 변화가 일정하게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생긴다는 점이다. 1970년에는 불과 2천여개 (2*103)에 불과했던 CPU안의 트랜지스터 숫자가 20년 후인 1990년에는 백만개(1M=106)로 늘었고 또다시 20년 후인 2010년에는 10억개(1B=109)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변화가 결국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혁신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출현도 결국 반도체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인 기술들은 산업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말 그대로 혁명적인 기술이다. 

 재밌는 것은 고든 무어가 이러한 예측을 했던 시점이 반도체 기술의 태동기였던 1965년이었다. 당시 그는 1975년까지 트랜지스터 집적 숫자가 매년 2배씩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당시 전문가들은 어떻게 예측했을까? 1977년 Ken Olson은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를 원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하며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 가능성을 무시했다. 1995년 Robert Metcalfe는 “1년 뒤 인터넷이 비참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1985년 당시 전화선 사업을 하던 AT&T는 중요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에 도움을 요청했다. 맥킨지의 전문가팀은 2000년 휴대폰 가입자를 90만명으로 예상해서 보고했다. 그런데 실제 15년 후 휴대폰 가입자수는 얼마였을까? 무려 1억 9천만명이었다. 무려 120배나 틀렸던 것이다. 그들이 지금 자신의 발언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손발이 오그라들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지 않을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일까?’ 세계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잘못된 예측을 했을까? 그것은 미래의 변화를 선형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다양한 기술의 융합 과정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기술 하나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서로 다른 이질적인 기술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기술의 융합(convergence) 과정이다. 스마트폰 기술이 갑작스레 세상을 바꾸게 된 것은 휴대폰 통신 기술, 인터넷 기술, 반도체 기술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임계점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1993년에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 데이터양 추이를 살펴보면 역시 기하급수적인 형태를 보인다. 10억 배나 좋아진 반도체 기술은 곧 모바일로 옮겨졌고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기술도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우리를 둘러싼 사물에 이러한 기술들이 탑재되고 있다. 이제는 각종 사물에 탑재된 센서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데이터양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바로 사물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s)의 탄생이다. 사물인터넷은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쌓기 시작했고 이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들은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정보 통신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업뿐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급격하게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가상현실,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들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서로 맞물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급격하게 바꾸게 될 전망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전개되었던 중요한 혁명들 -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 을 뛰어넘는 네 번째 혁명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인공지능 혁명’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날이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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