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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6. 2017

10. 생각을 잃어버린 생각하는 인간 (마지막 회)

<습의 시대>



요즘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이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이폰의 시리(Siri)의 경우 농담까지 이해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묻기도 전에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여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시리에게 화가 나서 “꺼져!”라고 소리치자, “제가 뭘 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라고 되묻기에 그래서 바로 “미안”이라고 사과하자, “괜찮아요. 벌써 다 잊었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람하고 대화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근 시간이 되면 알아서 덜 막히는 길을 안내하며, 식사 시간이 되면 인근 식당 정보를 미리 보여준다. 중요한 회의 시간이 되면 회의 장소와 참석자, 그리고 협의 아젠다를 상기시킨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 생활은 더욱 편해지고 있다. 

2014년 12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51분에 이른다. 한편, 같은 해 통계청이 조사한 하루 평균 간식, 식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56분이었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는 밥보다도 인터넷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인터넷을 이처럼 생활 속에서 가까이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바일 인터넷은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안에 들어옴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사용자의 필요를 스스로 이해하는 친절한 인공지능 비서까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연결을 이어갈 수 있지만,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혜택을 누리는 댓가로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쳐 인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깊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호모(Homo)라는 뜻은 라틴어로 ‘사람’을 의미이고 사피엔스(Sapiens)는 ‘지혜로운(wise)’이라는 뜻이다. 즉, 학명에 나타난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이다. 실제로 최종 승자가 된 우리 호모사피엔스에 나타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뇌의 진화이며 특히 뇌의 가장 바깥 부분에 위치하는 대뇌피질의 진화다. 출생 전 태아의 뉴런은 분당 2만5천 개의 속도로 매우 빠르게 증식하는데, 침팬지는 출생 후 뇌 성장이 멈추지만 인간은 그와 달리 두 살이 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성장이 진행된다. 태어난 이후에도 여러 신경 세포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 뇌의 중요한 특징이다. 자기공명촬영(MRI)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뇌가 사춘기까지 발달하고 성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더해 뉴런의 가지치기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신경의 신호전달속도를 높일 수 있는 수초 형성은 청소년 시기에도 이어진다.

인간 뇌의 발생학적 특징과 함께 더욱 중요한 특징이 있다. 바로 언어이다. 인간의 언어는 인류 진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인간의 마음이 언어를 발달시키고 언어의 발달이 또다시 마음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마치 서점처럼 운영된다. 서점은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나 인기서적을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고,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전문 서적은 분류별로 구분하여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한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지식은 생각만으로도 바로 대화로 연결되고 반복할수록 강화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말이나 지식은 입에서만 맴돌 뿐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집단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깊이 생각하고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 덕분이었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표현하는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이다. 지혜란 무엇일까? 다양하고 구체적인 일들을 경험하고 접하며 이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여 범주화하며 이를 스스로 되짚어보는 깊은 사고력을 한마디로 ‘지혜’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지혜를 덕분에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말로 설명할 수 있었고 더욱 정교하게 언어 능력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능력은 호모사피엔스를 인류의 최종 승자로 만든 강력한 힘이었다. 

초기 호모사피엔스는 주어진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생존 사고의 과정을 반복했고, 이를 후세에 유전자로 물려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기 힘든 거친 환경이 오히려 호모사피엔스의 뇌 능력을 극대화시킨 셈이다.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직관적인 사고 능력은 대부분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며 보다 많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번식 욕구로 보존되어 있다. 따라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환경은 어찌 보면 호모사피엔스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치명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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