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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8. 2017

01. 관현악의 이단아 '베를리오즈'

<클래식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우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사람이 되라.
|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
Louis-Hector Berlioz, 1803-1869



이브, 뉴턴, 세잔에 이어 인류사에 다시금 사과를 등장시킨 인물은 스티브 잡스이다. 그는 컴퓨터 하나로 세상을 장악했고 이전에 없던 세계를 탄생시킨 혁신가다. 그러나 청바지에 검정 터틀넥을 입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이전의 그는 문제적 인물이자 이단아였다.

스티브 잡스는 의대에 진학했지만 자신에게 가치 없는 과목들을 거부하며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신비주의와 자유를 신봉하고 사이키델릭 음악을 즐기던 그는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콜라병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청강하면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집과 괴팍스러운 기질로 인간관계에서 잦은 불화를 겪었으나 자기 확신과 열정으로 결국 세상을 바꾼 인물로 역사에 남았다.

관현악의 이단아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역시 의학 공부를 하려다 포기하고 뒤늦게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근대 관현악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한 그는 작곡가이면서 이론가이자 지휘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막 음악에 입문한 20대의 그는 그야말로 ‘미생’이었다. 생계의 궁핍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작곡하는 데 필수인 피아노를 거의 다루지 못했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만 겨우 한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맹아적 접근은 오히려 전통적 시각과 틀을 깨는 데 일조했다. 그것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하는 원천이었고, 신선한 음색과 음향으로 새로운 음악 세계를 열 수 있었다.

물론 새로운 음악이 항상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호평보다는 기존 음악에 도전했다는 반발이 더 거셌다. 전통적 음악 사조에 부합하지 않는 독창적인 기법들은 매번 혼란을 야기했고 호된 비판을 받았다. 거듭된 논란 때문에 베를리오즈의 작품 활동은 음지와 양지를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그는 표제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해 나아갔다. 그는 문학적 상상력을 소리로 구현하기 위한 실험과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치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꿈과 열정, 흔들림 없는 의지로 만들어낸 음악 세계는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허물어지지 않는 굳건한 성(城)처럼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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