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여보, 10년 후에 꼭 집 사자.

<파란만장 부부 재테크>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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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가정의 재무 문제&솔루션

파란만장 부부에게 절대 피할 수 없는, 두려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로 지금 살고 있는 빌라의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것! 가진 돈에 맞춰 집을 얻고 이사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9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터득한 만장 씨와 파란 씨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20대로 돌아왔으니까, 신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자.”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어? 전세는 씨가 말랐고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못 내는데.”

현실적인 아내의 일침에 만장 씨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 결혼한다고 신혼집 얻을 때 기억나?”
“그때도 막막하고 힘들었지, 뭐.”

파란 씨는 9년 전에 만장 씨와 둘이서 신혼집을 얻으러 다니던 때를 회상했다. 파란 씨는 3년간 사귄 남자 친구 만장 씨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행복한 꿈에 젖어 있었지만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깨달았다.


파란 씨가 즐겨 봤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등장한 남녀는 신혼집을 어디에 얻어야 할지, 부족한 전세 보증금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마련된 집에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순전히 뻥!

“모아 둔 돈이 그것뿐이야?”

파란 씨의 말에 만장 씨는 뜨끔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니 결혼 자금을 어느 정도 모아 두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만장 씨는 예비 신부의 기대를 한 방에 무너뜨렸다. 만장 씨가 살고 있던 집은 전세가 아닌, 보증금 천만 원에 70만 원짜리 월세였고, 그가 타는 자가용도 할부금이 천만 원이나 남아 있었다. 만장 씨의 수중에 있는 돈은 3천만 원뿐이었다. 파란 씨가 가진 4천만 원보다도 적었다.

“양가 부모님이 조금 보태 준다고 해도 이 돈으로는 어림없어. 어떻게 할 거야?”

자존심이 상한 것을 겨우 참아 가며 만장 씨가 말했다.

“꼭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되잖아. 우리 둘이 살 건데…….”
“그럼 어디에서 살아?”
“수원, 용인, 부천도 살기 괜찮대.”
“출퇴근이 힘들어지잖아.”
“광역 버스 타고 전용 도로 달리면 서울 금방이야.”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결국 두 사람은 신혼집을 구하러 용인까지 갔다. 신혼부부라고 하니 부동산 중개인들이 아파트부터 보여 주었다. 하지만 15평짜리 아파트라도 전세가가 1억 원 이상이었다. 게다가 말이 아파트지 하나같이 오래되고 낡아 있었다. 동네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란 씨는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다.

‘이 결혼, 꼭 해야 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건 파란 씨가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파란 씨는 막연하게 지하철역이 가깝고 대형 마트가 있는 살기 편한 서울의 한 동네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만장 씨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결심한 것을 깨트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아파트를 포기하고 18평짜리 신축 빌라를 택했다. 전세 보증금은 1억 8천만 원이었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1억 원까지 마련하고 나머지 8천만 원은 대출을 받았다. 대신에 동네는 파란 씨가 원했던,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었다. 집 문제가 해결되자 만장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란아, 고마워. 우리 열심히 살아서 빚 갚고 집도 사자.”

그때는 그 말을 믿었는데, 결혼하고 9년이 지났지만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 보증금도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도 우리 그때 결혼 준비하면서 설레고 좋았는데. 그치?”
“그래…….”

파란 씨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미쳐!’

다음 회에 해결방법인 <대출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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