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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3. 2017

03. 새로운 길로 나아가다.

<클래식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우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사람이 되라.
|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
Louis-Hector Berlioz, 1803-1869


‘모든 악기는 베를리오즈의 손에서 다루어질 때 찬란하게 빛난다’고 할 만큼, 그는 시대에 앞선 독특한 음색과 울림을 선보였다. 그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과장되어 있고, 환상적인 동시에 시적인 감상’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의 감성을 가장 먼저, 가장 적절히, 가장 과감하게 구현했다. 그가 주도한 표제음악은 20세기 이후 음악의 주요 골격이 되었고, 그의 필체는 후기 낭만파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베를리오즈는 젊은 시절부터 보기 드문 괴짜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극장에서 소리를 질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행동만큼이나 그가 작곡한 음악도 남달랐다. 그는 언제나 대규모 관현악단이 동원되는 곡을 썼다. 웅장하고 매우 화려한 관현악을 선호했다.

음악계에 충격을 안기며 널리 이름을 알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in Cmajor, Op.14)>은 자신이 겪은 짝사랑의 시름과 아픔을 담은 곡으로, 독특한 구석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는 작품이다.

<환상교향곡> 첫 페이지

교향곡인데 제목을 붙였고 악장별로 스토리까지 있다. 특히 고정악상(idee fixe) 기법을 써서, 즉 여자 주인공을 특정 선율로 표현했다. 늦깎이 작곡가의 이런 낯선 행보는 음악계의 눈길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작곡가 겸 비평가 슈만은 <환상교향곡>을 논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베를리오즈를 천재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모험가로 여겨야 할 것인가?”

그렇게 시작부터 남달랐던 베를리오즈는 관현악으로 문학적 내용을 묘사하는 ‘표제교향곡’의 선구자가 되었다.



베를리오즈의 표제음악은 오래전부터 쌓은 문학적 소양에서 비롯됐다. 베를리오즈는 고전음악의 대가 베토벤과 베버를 통해 교향악과 극음악을 밀도 있게 공부하는 한편,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문학을 탐독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은 음색이었다. 그는 작곡 초기부터 한 가지의 악기가 아니라 관현악 전체를 주무르며 작품을 써나갔는데, 극적인 분위기나 인물 묘사에서 중요한 음악적 뉘앙스를 음색으로 해결했다. 예컨대 무도회의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두 대의 하프로, 천둥과 번개는 두 대의 팀파니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이런 시도는 이전의 클래식에서는 없던 것으로, ‘음향적’ 효과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거대한 편성으로 이름난 작품으로 <죽은 자를 위한 대미사(Grande Messe des morts)>를 빼놓을 수 없다. 작품의 규모를 보면 지금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포함해 약 500명이 동원되었다. 당시의 관현악곡에는 보통 튜바 한 대가 쓰였는데, 이 곡에서는 여섯 대가 동원되었다. 팀파니 또한 무려 열 대가 사용되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대규모 편성이었다. 대중은 이 곡이 연주되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 그 많은 연주자와 합창단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작품은 1830년에 일어난 7월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내무장관이 위촉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곡을 의뢰한 내무장관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공연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공연준비로 빚까지 진 베를리오즈는 막막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국민적 명성을 떨치던 레몽 장군이 알제리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베를리오즈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곡을 레몽 장군의 장례식 음악으로 쓰도록 프랑스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연주회를 성사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나코에 있는 베를리오즈 동상


훗날 그는 회고록에서 그날의 공연을 이렇게 상기했다.

‘성가대원 한 명이 히스테리 상태에 빠졌고 교구 사제는 식이 끝나고도 15분 동안이나 제단에 엎드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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