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Nov 16. 2017

04. 저술가 그리고 지휘자

<클래식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우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사람이 되라.
|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
Louis-Hector Berlioz, 1803-1869


베를리오즈는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았다.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자기 영역을 더욱 확장해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쌓은 문학적 재능과 야망을 발휘하여 음악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비평 모음집 《오케스트라의 저녁들(Les Soirées de orchestra)》 등을 비롯해 수백 편에 달하는 평론을 남겼다. 그리고 관현악법과 지휘법에 관한 저술을 남겼다. 무턱대고 관현악으로 돌진하듯 시작한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직접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는 진주알 같은 업적들이 되었다. 그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집요한 노력으로 결국 이뤄냈다.

젊은 시절, 그가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할 때 관현악법 관련 교재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피아노도 다루지 못하니, 책상 앞에서 기타를 퉁기며 더듬더듬 작곡해야 했던 그의 노고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신 관현악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작곡하는 동안 목관악기, 금관악기, 현악기가 지닌 특성과 표현에 관한 것들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베를리오즈는 《근대 악기 편성법과 관현악법의 특징(Grand traite d’instrumentation et d’orchestration)》을 통해 독학해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관현악법 입문서로 출간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의 조화로 이뤄지는 관현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활용할 때의 주의점 등을 상세히 안내했다. 이 저술은 최초의 관현악 입문서로서 한 세기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1840년, 정식 작곡가로 데뷔한 지 15년 만에 베를리오즈는 지휘법의 대가로도 인정받았다. 작곡 초창기 시절, 그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휘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다른 사람에게 지휘를 맡겼지만 오히려 더 큰 혼란과 실수로 연주회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작품은 반드시 직접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베를리오즈의 모습은 마치 줄 인형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 같았다. 복잡한 악곡일수록 지휘를 더 간명하게 하여 연주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했다. 특히 그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부분으로 나누어 철저히 연습시킨 뒤 다 함께 합주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는데, 공공연히 이런 충고를 했다고 한다.

“지휘를 배우세요! 당신의 음악을 통역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바로 지휘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사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