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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1. 2017

01. 남을 위해 멋 낼 필요 있나요?

<하루하루가 안녕이면, 땡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라.
나에게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옷도 어느새 멋지게 느껴진다.

계절이 바뀌어 옷장 앞에 서서 “어머, 작년에는 뭘 입었더라?”, “입을 만한 옷이 하나도 없네” 하며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한숨을 푹 쉬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옷은 나한테 딱 어울려” 하며 좋다고 잘 입던 옷도, 올해는 왜 이렇게 후줄근하지, 작년에 실컷 입었더니 지겨워, 하며 던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옛날 옷이 나오면, “그러고 보니 이거, 좋아하던 옷인데 오랫동안 안 입었네”, “지난번 친구들과 만났을 때 ○○이 이 옷을 입으면 참 예쁘다고 말했었는데”, “오늘 그와의 첫 데이트니까 이거 입고 나가야겠다”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고른다. 그런 소녀같이 좋아하며 설레는 마음은 나이가 몇 살이 되어도 잃고 싶지 않은 법이다.

이 설레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우선은 평소에는 잘 선택하지 않는 색깔의 옷을 큰맘 먹고 입는다든가, 잘 안 입는 스타일의 옷을 골라 입고 나가거나 해서 깜짝 놀라게 해보는 것도 좋다. 이때 옆에 동성친구가 있으면 더 좋다.

“지난번 옷이 더 잘 어울려”, “이 색깔은 너랑 안 맞는다” 등 동성친구는 당신을 잘 알기 때문에 당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가장 정직하게 말해줄 수 있다.

“와, 멋지다. 그런 색깔도 어울리는구나” 하는 칭찬을 듣기라도 하면 “정말?”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 들뜨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좀 화려하지 않나?”라며 자신이 없었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데, 진즉에 입어보지 그랬어”라는 말에 완전히 기분이 달라진다. 반대로 상대가 나보다 더 꾸미고 나타나는 바람에 “당했다” 싶을 때도 있다.

그렇게 서로 몰랐던 좋은 점을 찾아내주면서 놀라곤 한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소소한 발견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상대에게서 칭찬을 들으면 기쁜 마음이 들고, 말하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상대에게 “와아, 좋은데!”라고 말할 때 서로가 느끼는 유쾌함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꾸미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옷 저 옷 다 입어보며 한껏 멋을 부린다. 이런 설레는 마음이 친한 사람을 만날 때도 전달되면 좋겠다. “오늘 무슨 일 있어? 너무 예쁘다” 하며 다른 사람도 놀라게 하고, 자신도 놀라며, 자꾸자꾸 즐거웠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식사하세요”와 같은 일상적인 말만 하며 지낸다면, 상대의 입에서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기는 힘들다. 아무리 오래되고 익숙한 관계라도 종종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익숙한 일상의 모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겠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꾸미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옷 저 옷 다 입어보며 한껏 멋을 부린다. 이런 설레는 마음이 친한 사람을 만날 때도 전달되면 좋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만족할 정도의 피드백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모처럼 당신이 “나 어때?” 하고 말을 걸었는데, 상대가 귀찮다는 듯 “뭐야, 일하는 중인 거 안 보여?” 하며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물론 오랜만에 마음먹고 한껏 멋을 부렸는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노력한 보람이 없어 허무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때 “뭐야! 너무해!” 하고 토라져버리면 재미없다. 이럴 때 화내지 말고 한 번 더 말을 걸어보자.

“알아요. 알지만, 잠깐만 나 좀 봐요. 아주 잠깐만 보여줄 거니까. 빨리 보라고요.”
“뭔데? 거참, 성가시구먼. 자, 어디 보자고.”

상대가 응해오면 성공이다.

“……당신, 그런 옷 입은 적 없잖아.”
“후후. 이제 알았어요?”

잘 어울린다, 언제 샀어, 가격은 얼마야 등등 상대와 이런저런 대화를 들뜬 마음으로 하다 보면 나도 즐겁고 상대도 유쾌해진다.

장난스러운 놀이처럼 주고받는 대화. 이것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 이런 장난은 생각나는 쪽이 먼저 하면 된다. “아! 좋아” 하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지 않게 작은 종이에 써놓는 것도 좋다. 나중에 “뭐가 재미있다고 이런 시시한 것을 써놓았을까” 하고 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아기자기하고 소소하며 사랑스러운 생각이 있어 세상이 더욱 살 만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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