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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3. 2017

00. <1교시 철학수업> 연재 예고

<1교시 철학수업>

비판적 시민을 기르는 프랑스 교실의 비밀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왜 철학을 가르칠까?

시작은 고등학교에서 철학교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솔직한 내 생각을 담은 글이었다. 타이완의 고3 철학수업을 포함해 프랑스에서 내 아이가 받은 초·중등 교육내용을 토대로 썼고, 결론은 ‘고등학교 철학교육을 추진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글에서 나는 철학교육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프랑스의 교육이념을 비롯해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시험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프랑스의 시험문제에는 기본적으로 표준답안이 없었다.

사실 최근에는 철학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실제로 교실에서 철학수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학교 외부에 철학캠프를 만든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철학교육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전부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육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고등학교 철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요구로 이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은 ‘철학책’이 아니다. 철학 이야기책도 아니고 철학 교과서는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왜 프랑스에서는 일반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직업고등학교에서도 철학수업을 하는지, 철학수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왜 전인교육을 위해 철학교육이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나는 해답을 찾기 위해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철학수업에서는 대체 무엇을 가르치는가? 철학수업이 일반 수업과 다른점은 무엇인가? 왜 이 수업이 특별한가? 나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사 6명을 인터뷰했다. 교사들이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수업이 무엇인지 직접 이야기해줄 것이다.

프랑스 철학교사들은 내가 인터뷰하는 목적을 알고 나서 하나같이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사가 신중해졌다거나 말실수를 할까봐 걱정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친 경험과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철학교육을 과감하게 비판하고 반성함으로써 프랑스의 철학교육에도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게끔 프랑스의 고등학교 교육이 처한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듣기 좋은 말로 사람들을 속이려는 게 아니며,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명품으로 포장해 마케팅을 하려는 건 더더욱아니다.

나는 교사들뿐 아니라 학생들도 만났다. 철학수업을 좋아하는가? 철학수업이 어려운가? 철학수업은 지루한가? 철학수업에서는 무슨 내용을 가르치는가? 졸업 후에도 그 수업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프랑스 청년 6명에게 던지며 그들이 받았던 철학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년들 중에는 막 바칼로레아(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 시험)를 치른 사람도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이 된 대학생도 있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간에도 철학수업에 대한 경험차가 아주 컸다. 하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게 달라서 그렇지 좋아하는 철학개념은 의외로 비슷했다. 그것은 전부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개념들이었다.

실제로 타이완에서 철학수업을 시작한 고등학교가 있다. 난샹고등학교 인문실험반은 매주 철학수업을 한다. 철학이 무엇을 바꿨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난샹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들어보았다.

취재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수년 동안 철학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고등학교에서 철학교육을 할 수 있는 수천수백 가지 길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프랑스에 있는 고등학교 교실을 들여다보고 우리 교육 현장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인터뷰에 응해준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사들과 학생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또한 타이완에서 자신의 경험과 느낀 바를 공유해주며 도움을 준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육의 토양을 갈아엎기 위해 작은 모종삽으로라도 기꺼이 힘을 보탤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저자 l 뤄후이전

저자 뤄후이전(羅惠珍)은 타이완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기자이자 수필가이다. 아시아인의 시선으로 프랑스와 유럽사회를 바라보며 사회·문화에 관한 기사와 글을 쓴다. 이번에는 철학과 교육의 문제에 눈을 돌려 프랑스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철학수업을 받은 학생들을 인터뷰해 이 책을 엮었다. 프랑스의 철학수업을 통해 철학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비매품, 파리(巴黎不出)》, 《파리의 굿 라이프(巴黎生活派)》, 《타이완 엄마 인 프랑스(台灣媽咪在法國)》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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