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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4. 2017

02. 철학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1교시 철학수업>



우리는 프랑스 사람들이 문화적 자양분이 풍부하고 수많은 문화자원이 있는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프랑스 고등학생들도 철학책을 볼 때면 괴로움에 몸부림칠 때가 있다. 학생들이 토로하는 말을 들어보면 우리 학부모들도 꽤 익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는 왜 고작 세 줄 읽고 바로 집중력이 흐트러질까요?”
“왜 꼭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 내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될까요?”
“겨우 두 페이지 읽었을 뿐인데 왜 앞 페이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걸까요?”
“저자가 저한테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걸까요? 왜 저는 책을 읽으면서 하나도 즐겁지 않은 거죠?”
“철학책은 왜 《해리포터》처럼 재밌지 않은 걸까요?”

철학책이 그렇게 무서운가? 철학책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철학책을 읽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라.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철학책은 재미없을 수도 있고 성가시며 읽기 힘든 책일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자. 사실 힘들게 고생한 뒤에 달콤한 열매를 맛본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철학책은 확실히 버거운 존재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는 많고 일상용어는 적다. 또 개념 설명은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고 빡빡하다. 그래서 철학책을 읽고 좌절하거나 몇 줄 읽다가 한숨을 푹 쉬면서 책을 덮어버린다. 더 심한 경우는 머리로 책을 내리치며 플라톤을 아작내지 못해 안달하기도 한다.

그렇다. 철학책은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이 아니다. 몇 줄만 읽어도 작가를 따라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수월한 책이 아니란 소리다.

철학책은 읽기 힘들다. 우리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내용이 책에 가득하기 때문에 낯설고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철학책을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책은 반드시 꼼꼼하고 자세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조리 분해해야 한다. 책에 나오는 개념들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제대로 사고하고 변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종이와 펜을 준비한 다음 읽기 시작하라.

철학책은 신문이나 만화책이 아니기 때문에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읽으면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밑줄을 긋는 것이다. 색깔 있는 펜을 아무거나 하나 고른 뒤 읽으면서 생긴 의문이나 느낀 바를 적으며 본인의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

만약 저자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적는다. 컴퓨터를 이용해 써봐도 좋고 책을 읽다가 가끔 멈춰 생각해보면서 저자와 대화를 나눠도 좋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보면 사람들은 세 페이지만 읽어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읽기를 포기한다. 철학책 읽기는 등산이나 느린 구보처럼 막 시작했을 때는 무척 힘이 든다. 생애 첫 등산에서 산에 오른 지 10분도 채 안 됐는데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두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가방을 멘 어깨는 쑤시고 줄줄 흐르는 땀 때문에 눈앞이 흐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철학책을 읽을 때는 맨 처음 세 페이지에 무너지면 안 된다.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등산할 때 모든 걸음마다 힘을 쏟는 것처럼 모든 문장 하나하나에 힘을 쏟아야 한다. 등산과 다른 점도 있다. 등산을 할 때에는 지름길이 없는 이상 차근차근 걸어갈 수밖에 없는 반면, 철학책을 읽을 때는 꼭 한 페이지씩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어렵다 싶으면 그 부분은 일단 건너뛰어도 좋다. 읽다가 이해가 안 되더라도 당황하지 마라. 철학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 한 번 읽고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해가 안 되더라도 자신이 멍청하다고 여기면 안 된다. 이해가 되는 문장이나 단락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등산할 때 도저히 체력이 안 되겠다 싶으면 무리해서 정상에 오르지 않는 게 좋다. 꼭 정상에 오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철학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때는 잠시 읽는 걸 멈추고 이해를 했든 못했든 간에 읽은 내용을 가지고 친구, 선생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등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쉼이 당신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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