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Nov 28. 2017

03. 자기만의 철학난제를 구성하도록 이끈다.

<1교시 철학수업>



철학은 다른 과목과 가르치는 게 다른가요
수업하기 어려운 편인가요

철학이라는 학문이 남다른지 아닌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어떤 과목이든 적어도 학생들에게 수업내용을 이해시켜야 하니까요. 예를 들면 이론적 요소, 논술쓰기 방법과 텍스트 해석 같은 거요. 철학수업은 학생들에게 어떤 학설의 여러 지향점을 그저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그 학설 안에서 어떤 요소가 철학난제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또는 어떤 요소가 문제에 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예요.

바꿔 말하면 철학수업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학설과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개념은 어떤 철학난제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철학수업은 각종 다른 학설과 입장을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긍정적인 내용을 전수하는 것도 아닙니다. 철학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각도에서 관련 텍스트를 전수하고 우리가 철학에서 소위 말하는 난제나 어려움을 발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든 답안을 찾는 것이든 상관없이 모든 텍스트는 역할을 해요. 동시에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논술문제든 텍스트 해석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글은 어떤 난제를 제시하는가? 어떤 답을 제시하는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난제가 제기되었는가? 나는 또 난제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고 해결할 수 있는가?

따라서 만약 철학교육이 근본적으로 다른 학과와 차이가 있다면 그건 학습의 ‘성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요. 오히려 철학적인 난제가 분명하게 드러날 때 철학수업이 이롭고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업내용(솔직히 말해서 모든 수업이 마찬가지예요)을 기억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단순히 내용의 의미만 파악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의 의미 속에 숨어 있는 난제를 찾는 것입니다. 이는 어쩌면 고등학교 철학교육에서 가장 도전적인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학생들은 교사가 수업한 내용을 확실하게 흡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관점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이 숙제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텍스트 속의 난제를 또 다른 관점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제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남발합니다. 이 천고의 명언은 명확한 사상적 기반 위에서 사용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결코 우리가 사고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사용해서 시간과 공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데카르트의 《제 1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아마도 ‘사고할 수 있는 사물’을 가리키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사람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자주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철학가의 이치와 명언을 그대로 ‘복제’할 필요가 없다고요. 스스로 철학적 난제를 구성하고 철학가의 명언과 같은 수준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아주 열심인 학생들은 자신의 철학 성적이 높지 않은 데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논술문제를 만들 때 교사가 요구하는 것은 ‘어떻게 난제를 찾는 단계로 들어가느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텍스트를 해석한다는 건 난제가 있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알게 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은 학생들에게 있어 단지 도구에 불과합니다. 철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어요. 이로써 철학적인 난제를 구성하거나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활용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어떤 철학가의 연구방법을 활용할 수 있고요.

우리는 ‘전통철학’ 속에서 다른 시대 혹은 다른 철학가가 제기한 개념이나 난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철학가들이 어떻게 그 많은 철학적 난제를 처리했는지 보세요. 각 연대마다 난제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해결방법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고전을 도구로 삼아 사고능력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7. 끝없이 모네를 도운 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