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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30. 2017

10. 모네의 작품 기증

<마네와 모네>

모네, <구름 낀 날>, 1916-26, 유화, 세 쪽 패널 각 200x425cm


모네는 1923년 4월 12일 예술부 장관 레옹이 가져온 기증서에 서명했다. 기증서에는 오랑주리에서 모네의 그림 외에 어떤 그림이나 조각품도 전시될 수 없으며 작품이 전시실에 걸리게 되면 영원히 소장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 작품은 미술관이 완전히 꾸며진 후에 기증하되 2년 내에 전시실이 완공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클레망소는 수련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세 그루의 버드나무>가 기증품에 포함되자 매우 기뻐했다.

모네는 오랑주리의 타원형 전시실에 맞는 패널화를 그리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져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는 1922년 9월 뒤랑뤼엘에게 “시력이 나빠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고 편지했다. 모네는 클레망소의 권유에 따라 파리로 가서 의사 쿠텔라를 만났다. 이왕 파리에 간 김에 오랑주리 작업 현장을 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건축하기 전이었다.

모네는 1923년 1월에 수술을 받았다. 우선 한쪽 눈만 수술했으나 같은 눈을 여름에 다시 수술해야 했다. 쿠텔라는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했으며 모네의 시력은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어떤 때는 모든 것이 파랗게 보이다가 어떤 때는 노랗게 보였다. 가까이서 볼 때는 선명하게 보였지만 먼 곳을 바라볼 때는 색이 전보다 불투명했다. 쿠텔라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못한 채 안경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모네는 어떤 때는 시력이 나은 것 같다가 어떤 때는 오히려 나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 마크 엘더가 지베르니로 모네를 방문하고 돌아와 그의 그림이 전체적으로 하얗더라면서 모네의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클레망소는 모네에게 흥분하지 말고 늘 차분해지도록 노력해야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편지했다. 모네는 그에게 보낸 회신에서 이 지경으로 괴로움을 당하느니 차라리 장님이 되는 것이 낫겠다고 불평했다.

1923년 9월에는 시력이 조금 회복되었고 가까이에서는 색을 제대로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쿠텔라가 색을 분별할 수 있도록 색이 있는 안경을 제작하겠다고 하자 모네는 “자연이 모두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되었다면 모든 것이 온전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자 쿠텔라는 “그는 정상인의 시력보다 더 훌륭한 시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모네는 이제 과거처럼 이젤을 손에 들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붓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붓칠한 후 몇 걸음 물러나서 그림을 바라볼 때는 시력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직전, 오랑주리 미술관이 부활절 때쯤 완공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클레망소는 모네에게 기증할 그림을 서둘러 완성하라고 독려했다.



1922년 시카고 오페라 컴퍼니에서 마그리트 나마라를 보내 모네의 화실에서 노래를 부르게 했다.

모네는 이듬해 3월까지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고 여름내 작업에 전념했다. 클레망소는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속히 완성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1925년 1월 모네는 그림을 완성하기에 시간이 부족하자 수련 그림 대신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했는데 그중에는 세잔의 그림도 포함되었다. 클레망소는 몹시 화를 냈지만 모네가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7월에 모네는 클레망소에게 보낸 편지에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한 눈으로 볼 때 더 잘 보인다면서 백 살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앙드레 바르비에에게 보낸 편지에도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전과 달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하는 일에 만족하오. 더 나은 안경이 나온다면 백 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간구할 것이오(1.925.7.17)

여름내 그림을 그린 모네는 그해 겨울부터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그의 나이 85세였다.

모네, <구름 낀 날>, 1916-26, 유화, 세 쪽 패널 각 200x425cm


모네, <수련>(원래는 자주군자란이었음), 1916-26, 유화, 세 쪽 패널 각 200x425cm


모네, <가지가 늘어진 버드나무>, 1916-26, 유화, 세 쪽 패널 각 200x425cm



오랑주리 미술관의 전시장 I


오랑주리 미술관의 전시장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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