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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4. 2017

02. 놀이공원보다 더 좋은 데이트 장소가 있다.

<후킹 토크>



가슴이 뛰어야만 사랑이 아니다.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5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지만, 사용하는 에너지는 몸 전체의 20%를 쓴다. 그만큼 평소에도 뇌는 혹사 당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무언가에 에너지를 쏟으면 바로 뇌는 탈진상태에 가깝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이성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남녀를 모아 커플을 만든 후 각각 작은 방에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몇 시간씩 집중토론과 분석을 하는 작업을 시켰다. 그렇게 정신 에너지를 소진시킨 후 두 사람을 같이 있게 했더니 정신력을 많이 소모한 커플일수록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더 ‘육체적 친밀감’을 표현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머리를 써가며 일을 한다는 것은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의 세계에서 하는 일이다. 의식의 세계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혈당이 떨어지면서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비된다. 그래서 의식의 세계에서 관장하는 자제력이나 의지력을 발휘할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이렇게 자제력과 의지력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예쁘게 보이거나 멋있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덕훈과 인아처럼, 그리고 인아의 새로운 남편처럼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위에 직장에서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다 정이 들어 결혼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었는데 깜짝 발표를 해서 놀랐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정신적 에너지 고갈로 인한 자제력과 의지력 저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지금 혹 주위에 관심이 있는 이성이 있다면 놀이공원이나 계곡 다리 같은 곳으로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보다는 아예 퇴근 후에 두꺼운 서류의 오탈자를 검색하거나 원서를 해석하는 작업을 같이 해보는 게 어떨까? 상대가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상태가 되면, 내가 쏜 사랑의 화살이 상대의 가슴에 명중할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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