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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3. 2017

02.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자인의 역습, 화웨이

<중국 디자인이 온다>



중국의 휴대폰 업체 화웨이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4년 화웨이는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샤오미를 제치며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로 떠올랐고 애플과 삼성에 이어 세계 3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럽 내에서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요즘 핀란드 헬싱키에서 화웨이 광고판을 마주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핀란드 제일의 하키팀 요케릿(Jokerit)도 화웨이 로고의 유니폼을 입고 있고 휴대폰 판매점에서도 화웨이 휴대폰이 삼성과 애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노키아의 본국인 핀란드에서 천지가 개벽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화웨이는 세계 1, 2위 업체인 애플과 삼성의 아성에 도전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화웨이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화웨이가 샤오미를 제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렴함과 가성비로 무장한 샤오미의 중국 내 입지는 매우 튼튼했고 다른 제품들로 영역을 확대해가며 샤오미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화웨이는 통신장비 제조업체로서 전화기, 이동통신, 광대역 단말기 등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KT, SK, LG 텔레콤 같은 회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화웨이는 샤오미의 성공 전략을 검토한 뒤 똑같이 카피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예를 들어 샤오미가 새로운 제품을 799위안에 출시하면 화웨이는 샤오미와 같은 날짜에 더 나은 제품을 699위안에 내놓았다. 이에 자극받은 샤오미 역시 제품을 발표하고 하루만에 값을 다시 100위안 내려 화웨이의 제품에 대응했다. 이런 두 회사의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큰 이슈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승자는 후발 주자인 화웨이였다.
그러나 화웨이는 샤오미와의 경쟁에서 저가 상품의 한계를 보았다. 그들은 지나친 가성비와 저렴함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 판단하고 저가부터 고가 제품까지 상품을 확장했다. 자신들의 기술과 디자인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분명 화웨이는 샤오미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화웨이는 애초에 통신장비 회사였기 때문에 자사 장비로 만들어진 이동통신 설비가 많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들은 고속철도가 300km 가까이 운행할 때 통화품질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그러나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자신들이 깔아놓은 네트워크 장비에 최적화된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품질이 탁월하고 불편함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화웨이는 더 나아가 기능 면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했다.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Leica)와 협업하여 스마트폰에 고품질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라이카의 색감과 아웃포커스 기능을 그대로 담은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마치 라이카 카메라에 전화 기능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실제 유명 작가들이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와 협업해 전시가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유럽에 화웨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라이카 X 화웨이 스마트폰 


그 뿐만 아니다. 화웨이는 디자인에 있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에 사활을 걸었다. ‘화웨이 롱야오(荣耀, Honor)’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으로 무장한 ‘화웨이 쇼우지’ 라인업을 구축하여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심지어 화웨이는 포르쉐와 합작해 포르쉐 리미티드 에디션 <메이트 나인(Mate 9)>을 출시했다. 블랙을 주조색으로 광택 있는 소재를 사용해 스포츠카 느낌을 살린 이 고급 스마트폰은 무려 1만 350위안(한화 약 175만원)으로 중국에서만 매달 수만 대씩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X 화웨이 


그리고 마침내 화웨이의 <아너 매직(Honor Magic)>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 그 세련된 디자인에 한국 스마트폰계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이폰, 갤럭시 등 기존 스마트폰의 외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아너 매직>은 일종의 혁명이었다. 마치 조약돌 같은 둥근 원형의 디자인은 기존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형태였고 사람들은 화웨이에서 출시한 제품 중 가장 완벽도가 높은 디자인으로 평가했다.


조약돌 모양의 화웨이 스마트폰 


사실 화웨이의 이런 선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다른 후발주자 업체들이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점차 스마트폰의 성능이 평준화되었다. 따라서 타사와 구별되어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시킬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답은 결국 디자인으로 귀결되었다. 화웨이는 세계 각지에서 디자인 인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화웨이의 수석 UX 디자이너로 임명했고,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를 부사장급으로 영입하여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모토로라, 노키아 등에서 근무하던 디자이너들 중 상당수도 모두 화웨이로 옮겨갔다. 그 결과 화웨이는 디자인 완성도에 있어서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보다 월등히 앞서나가며 중국 내 1위 자리를 선점했다.

이런 과감한 행보의 일환으로 화웨이에서는 독자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는 갤럭시는 안드로이드 UI, 아이폰은 애플의 UI가 양분되어 있는 한편, 화웨이에서는 두 가지 UI의 장점을 섞어놓은 ‘EMUI’를 만들어냈다. 이 인터페이스는 전체 스마트폰 기능의 약 50%가 두 번의 클릭으로, 90% 이상이 세 번의 클릭으로 실행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또 그리기 동작 제어 기능을 켜고 특정 알파벳을 그리면 지정된 앱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예를 들어 알파벳 C를 그리면 카메라(Camera) 앱이, E를 그리면 인터넷(Explorer) 기능이 실행된다. 지금도 이 EMUI는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AI 시스템을 삽입해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높인다고 하니 어쩌면 화웨이가 스마트폰 UI의 새 시대를 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화웨이의 경쟁 상대는 샤오미가 아니라 삼성전자다. 화웨이는 2015년 세계 3위 휴대폰 판매업체로 자리매김했고 다른 스마트폰 업체의 매출 상승률이 한 자릿수 상승에 그친 반면 화웨이는 무려 40%를 기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연구하는 가트너(Gartner)의 애널리스트 CK 루는 “매우 빠른 성장세다. 세계 시장 관점에서 화웨이는 가장 성공적인 중국 브랜드라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화웨이의 목표는 2년 안에 애플을 추월하고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도 넘어서 세계 1위 스마트폰 회사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화웨이의 창립자인 런정페이는 한 연설에서 ‘늑대론’을 주장하며 모든 임직원이 늑대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제품 개발과 시장 판단을 예민하게 하고 공격을 할 때는 과감하게 하며, 늑대의 무리 생활처럼 강력한 단결을 이루라는 것이다. 이제 늑대처럼 삼성과 애플을 추격해 올 화웨이의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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