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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5. 2017

00. <천년의 독서> 연재 예고

<천년의 독서>

길 잃은 시대에 다시 만나는, 독서의 기술 자유의 기술



옛적길을 따라서

고전이 좋다. 읽어야 한다. 수없이 듣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집어 들고 읽으려면 막막하다. 이렇게 고전(苦戰)해서 고전인가? 씁쓸한 농담을 던지며 머리를 긁적인다. “고전은 모두가 읽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새삼 다가온다.

지난 세월 독서 공동체와 인문학 교실을 이끌면서 가장 큰 고민은 ‘왜’ 읽어야 하는지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라면 귀가 따갑게 들었다. 진짜든 아니든 스티브 잡스가 검푸른 바탕의 프레젠테이션으로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을 외쳤을 때 ‘왜’에 대한 게임은 끝났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으니 어떻든 고마운 일이다. 인문학과 고전을 공부할수록 갑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과 멀어지면서 배고픈 소크라테스에 가까워진다는 것쯤이야 나중에 알아도 상관없지 않겠는가?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읽느냐였다. 그런데 정작 이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런저런 원리들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너무 추상적이거나 단편적이었다.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는 찾기 어려웠다.

책을 읽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선문답처럼 독서법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책 좀 읽는다는 약간의 교만이 교사의 단상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때부터 씨름이 시작되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다는 것은 정말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읽어가야 하는가? 옛 스승들에게 물었다. 묻고 또 물으며 씨름했다.

옛 스승들을 따르던 그 걸음을 이 책에 담았다. 오래전부터 초대하고 싶었다. 함께 걷고 싶었다. 천천히 뜨겁게. 위대한 스승들 곁에서 벗으로 함께.

물론 호젓한 산책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치열하게 등산을 해야 한다. 산들바람도 있고 폭풍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언제나 그 길은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을 향해 간다. 더 감사한 것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이끄는 스승들이 있고 함께 가는 벗들이 있다.

덕의 길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




저자 l 전병국

저자 전병국은 로고스 고전학교 대표
엔지니어로 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만들고 회사를 창업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모음과 나눔 기술이사, 라이코스 코리아 검색팀장을 거친 후에 검색과 데이터 분석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서울대학교, KAIST, 삼성, LG, 국정원 등 수백 개의 기관과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했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하고 전세계 한류 인기 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하기도 했다. 다양한 전문가와 청중들이 만나는 IT 컨퍼런스들을 열어서 지식 공유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인문학으로 살고 있다. 고전교육 아카데미 [로고스 고전학교]와 독서 공동체 [고전 읽는 가족]을 이끌고 있다. 청소년 가족들과 함께 인류의 스승들에게 배우고 있다. 유클리드에게 수학과 논리를 배우고, 공자에게 한학과 인생을,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죽음을, 예수에게 신학과 영원을, 윤동주에게 문학과 순수를 배우며 살아 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공동체와 함께 진리실험의 길을 걷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하고 감수했다. 『구글 스토리』, 『구글을 지탱하는 기술』, 『DELET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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