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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8. 2017

02. 지혜의 숲을 향하여

<천년의 독서>


“인생길 한가운데 / 올바른 길을 잃고 / 어두운 숲에 있었네”
–단테

우리는 길을 잃었다. 인터넷에서 지식을 잃었고 도서관에서 지혜를 잃었다. 스승들은 그 모든 상실의 근원을 알려주었다. 원전 텍스트의 상실, 가슴에 품는 한 구절의 상실, 치열한 씨름의 상실, 함께 읽는 친구의 상실이다. 값싼 독서가 우리를 버려놓았다. 우리에게서 르네상스를 빼앗아갔다.

상실된 것들을 알았으니 이제 다시 찾을 차례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아무렇게나 줍는다고 부활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회복도 비상(飛上)도 순서가 있다. 옛 스승들을 찬란하게 만들었던 그 길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따라가야 한다.

보물은 숲에 있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지 않다. 그렇게 널려 있다면 어디 보물이겠는가? 지혜는 언제나 숲에 있다. 숲은 두 얼굴을 가졌다. 혼돈과 신비가 공존한다. 누구는 길을 잃고 누구는 지혜를 얻는다. 정신차려보니 길을 잃었다는 그 자리가 지혜를 얻는 출발점이다. 혼돈의 숲이 지혜의 숲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독서를 말할 때 늘 방법론만 생각한다. 더 좋은 방법, 더 좋은 도구, 더 최신의 이론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방법에 집착한다. 효과가 없으면 방법을 탓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방법 중독이다. 방법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혜로운 독서의 길에서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순서를 보면 오히려 나중에 필요한 요소다.

책을 통해 영원한 지혜와 기쁨을 얻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마음, 좋은 책, 좋은 방법이다. 세 가지 요소이며 3단계 순서다. 다시 말해서 지혜의 숲에 가려면 우리는 세 가지 길을 차례로 따라가야 한다.

첫째, 마음을 준비하는 길이다. 
천년의 독서는 책보다 마음을 먼저 준비한다. 지식과 사람을 만나기 전에 항상 자신에게 질문한다. 마음 훈련의 단계다. 늘 갈고 닦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책을 준비하는 길이다. 
천년의 독서는 곧바로 책에 뛰어들지 않는다. 먼저 거리를 두고 책을 살핀다. 인생을 던질 책인지 묻는다. 예비 독서의 단계다. 한눈에 보는 주마간산(走馬看山)의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책의 세계로 뛰어드는 길이다. 
천년의 독서는 책과 나를 따로 두지 않는다. 뛰어들고 만나고 사랑한다. 옛 스승들의 지혜가 담긴 삼중 독서의 단계다. 지혜롭게 탐독하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잃었던 지혜를 다시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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