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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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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의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합니다. 결혼은 틀림없이 축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평생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지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막차를 타기 위해 힘들게 뛰지 않아도 되니까요. 매일 밤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건 얼마나 황홀할까요. 그녀와 함께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을 수 있다니, 아,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아침을 차려준다, 와우!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하나같이 이런 상상을 합니다. 생각만 해도 입이 헤벌쭉 벌어집니다.



드디어 결혼식을 올립니다. 두사람은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믿지요. 평생이 언제나 오늘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결혼하는 겁니다.

과연 그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이 영원한 걸까요? 결혼만 하면 다들 행복하게 잘 살까요? 결혼은 동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읽던 동화 속 왕자는 공주와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더래요.”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지요. 그래서 동화의 2부작이 나온다면 “왕자와 공주는 결혼 후 치고받고 박 터지게 싸웠더래요.”로 엔딩이 바뀔 것입니다.

자,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동일한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내성이 생겨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황홀감이 사라지고 사랑의 열기가 식게 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길어야 3년으로 보는 것입니다. 갈망과 끌림으로 생긴 정열적인 사랑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고통과 갈등을 동반한 새로운 차원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애착의 시기라고 부르지요.

이런 끌림의 단계에서의 사랑은 ‘사랑에 빠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애욕의 경험, 즉 성적인 의미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의지적이고 선택적이며 책임의식이 수반되는 보다 성숙한 의미의 사랑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아무리 깊이 사랑할지라도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요즘 이런 미친(?) 사람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건 사랑하는 거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일시적입니다. 이 말은, 이 감정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뜻이죠. 어딘가에 빠졌다면 언젠가 거기에서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현상의 본질은 자아의 일부가 무너지고 자신의 자아와 다른 사람의 자아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런 의미에서 사랑에 빠지는 행동은 일종의 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빠지는 게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꼭 필요하고 적합한 상대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과 사랑을 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를 참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 가지 사랑

사랑에 빠지는 것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쉬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성행위가 사랑의 행위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아닌 것과 같습니다. 성행위는 어떤 경험보다 최고의 황홀감과 엑스터시를 제공하지만 행위가 끝나고 나면 그 느낌은 사라지고 말지요. 사랑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지만 언제까지나 그 감정이 유지되지 않으며 언젠가는 빠져나오게 되니까요.

만약 사랑에 빠진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가 되거나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연애 때의 비이성적인 감정을 결혼하고서도 평생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이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보다 훨씬 상위의 사랑이고, 우리는 이 사랑을 참사랑이라 부릅니다. 정리해보면,

오르가슴을 통해 느끼는 찰나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의 일시적 사랑이 있고,
평생에 걸쳐 나누는 참사랑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결혼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사랑은 바로 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M. Scott Peck) 박사는 “한 쌍의 연인이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은 참사랑을 하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이 참사랑을 경험하지 못하고 연애나 신혼 때의 로맨틱 러브를 그리워하는 부부가 많다는 사실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루딘(Loudin)은 오늘날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를 바로 사랑에 빠진 상태, 즉 로맨틱 러브로 결혼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로맨틱 러브이 오히려 결혼을 망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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