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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0. 2017

05. 책에 모든 마음을 쏟아야 한다. (마지막 회)

<천년의 독서>



천년의 지혜삼중 독서법

옛 스승들은 감사하게도 천천히 반복하며 읽을 ‘자세’만 강조하고 끝내지 않았다. 탁월함으로 인도할 독서법의 날개도 전해주었다. 서양의 스승들은 삼학과(trivium) 전통으로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동양에도 명칭과 구성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으로 전해지는 스승들의 독서법이 있다. 같지 않은 것을 억지춘향 삼을 수는 없으나 궁극으로 통한다면 따로 떼어놓음도 온당치 않다. 동서양 큰 스승들이 전해준 독서법을 엮어 ‘삼중 독서법(三重 讀書法, threefold reading)’이라 부르고자 한다. 틀 만들기 좋아하는 서양 전통에서 나온 삼학과 방식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책을 향해 마음을 쏟는 동양 전통의 원리들과 융합하는 형식이다. 옛것을 전해줄 뿐 창작한 것은 아니지만(述而不作) 소통하려면 적절한 이름이 필요하기에 ‘삼중 독서법’이라 했다.

삼중 독서법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세 사람 이상이 함께 읽는 공동체 독서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나의 스승이 꼭 있다”고했다. 공부의 길, 독서의 길은 함께 가야 한다. 솔로몬은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 무너지지 않는다. 더 큰 지혜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세 번 읽는 3단계 독서다. 서양의 스승들은 인문교육23을 통해 3단계 읽기를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같은 대상을 세 번에 걸쳐 습득하고 활용한다. 기본 원리를 토대로 다양한 지식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책 한 권을 깊이 읽는 독서에 집중해서 생각해본다. 인문교육에서 삼(3)은 3단계도 되고 세 번도 되고 세 가지도 될 수 있다.24 순서대로 할 수도 있고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3단계 순서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첫 번째 읽기는 ‘문법적 읽기’다. 관찰하고 개관하고 기억하는 시간이다. 아이처럼 읽는다.

두 번째 읽기는 ‘논리적 읽기’다. 따지고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이다. 학자처럼 읽는다.

세 번째 읽기는 ‘수사적 읽기’다. 평가하고 사색하고 재창조하는 시간이다. 시인처럼 읽는다.


삼중 독서법은 베이컨이 말했던 “씹어서 소화시키는” 독서를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현한다. 셋이서 함께 씹고, 꼭꼭 세 번 씹어서 소화시킨다. “뜨겁게 집중해서 완전히 읽어내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책을 이렇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스승 같은 책, 연인 같은 책을 만났다면 마음을 달리해야 한다.


이율곡의 말대로 당분간은 이 책에 모든 마음을 쏟아야 한다.

“독서할 때는 반드시 한 권을 철저히 읽어서 뜻을 다 깨닫고 통달하여 막힘이 없게 된 후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많이 읽고 얻어내려는 욕심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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