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원색이 보이기 시작하는 100일

<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jpg?type=w1200


고흐의 노랑

아이를 낳고 나서 거실 벽에 걸린 그림을 자주 교체하게 되었다. 그림이 바뀌는 것을 아이가 알고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서다. 생후 3개월 무렵이면 아이의 시력은 성인 수준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맘때부터 걸려 있던 그림을 떼고 빨강, 노랑, 파랑이 들어간 원색 계열의 그림을 걸었다. 선명한 노랑 배경이 눈에 들어오는지 손으로 치기도 하고 유심히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1.jpg?type=w1200 김지희, <실드 스마일>, 장지에 채색, 100×100cm, 2012


2.jpg?type=w1200 김지희, <실드 스마일>, 장지에 채색, 90×72cm, 2013


프린트 이미지보다는 직접 안료로 칠한 그림이 훨씬 색이 선명하다. 제아무리 좋은 기술로 판화를 찍는다고 해도 원화가 뿜어내는 색감의 밀도는 따라가기 어렵다. 때문에 단순한 도형이라도 엄마가 색칠한 그림을 걸어둔다면 자라나는 아이는 더욱 깊이 있고 환한 색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색들보다 유독 눈부신 노랑을 바라보는 아이의 반응이 좋아 직접 그린 몇 가지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한동안은 좋았지만 대체로 비슷한 엄마 그림의 화풍이 마음에 걸렸다. 엄마의 그림 외에 보여줄 만한 원색 계열의 작품이 없을까 고민하다 머릿속을 스쳐간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였다.

고흐의 노란색은 늘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유독 고흐의 노랑은 화면 속에서 불을 켠 것처럼 밝게 느껴졌다. ‘그래, 고흐의 노랑을 보여주자’라고 마음을 먹었을 때 생각난 그림이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였다.


3.jpg?type=w1200 빈센트 반 고흐,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캔버스에 유채, 81×65.5cm, 1888


여름밤처럼 싱그럽고 청명한 그림. 별빛은 까만 양탄자에 수놓은 듯 총명하게 빛나고 계절은 싱그러워서 노천 테이블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뺨을 기분 좋게 간질이며 지나갈 것 같은 작품이다. 한적한 거리에 드리워진 노란 불빛이 참으로 따스해서 저절로 발길을 끌어당기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육아의 피로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색도 색이지만 작품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여유를 전해주고 싶어서 “스태리 스태리 나이트(Starry starry night)”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는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들려주며 그림을 보여주었다. 팝송 〈빈센트〉는 돈 맥클린이 빈센트 반 고흐에게 헌정한 곡으로 고흐 작품 특유의 감성이 아름답게 배어 있다.

언뜻언뜻 보이는 붓 터치에 실린 선명한 노랑을 빤히 바라보는 아이에게 고흐의 카페는 어떠한 신비로움으로 다가올까. 언젠가 아이가 고흐의 빛나는 색채뿐 아니라 그림에 실린 감성에도 반응할 날이 기다려진다.

고흐의 노랑을 만날 수 있는 다른 작품들

4.jpg?type=w1200
5.jpg?type=w1200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캔버스에 유채 1888 빈센트 반 고흐, 〈붓꽃〉, 캔버스에 유채 1890


6.jpg?type=w1200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있는 밀밭〉, 캔버스에 유채, 50.5×103cm, 189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 <지성인의 언어> 연재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