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콘서트>
과거에 비하면 기생충이 많이 줄었음에도 기생충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 이런 걱정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소위 기생충 망상증은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으니 여기서는 우리가 기생충이 의심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처법을 정리함으로써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변에서 기생충이 나왔을 때
우리 변을 보면 기생충 비슷한 것들이 많다. 전날 먹은 시금치나 콩나물 등은 얼핏 보면 영락없는 기생충 같다. 이런 것들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에 올려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다. 거기다 답변하는 이들은 기생충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답변이 채택됐을 때 얻는 점수에만 신경 쓰는 분들이다. 이렇게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를 주고받아 봤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이상한 게 나올 때마다 기생충학자에게 보내는 건 서로 번거로운 일이다. 일단 이것들이 기생충인지 아닌지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최소한 기생충이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 표면에 윤기가 난다.
2) 양쪽 끝부분이 뾰족하거나 그에 준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3) 휘어진 부분의 곡선이 매끄럽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대변에서 나온 뒤 얼마 동안은 꿈틀댄다는 것이다.
그런데 촌충은 이와 조금 다르다. 촌충은 길이가 몇 미터씩 되기 십상인데, 30~50센티쯤 되는 끝부분을 한두 달마다 대변에 섞어서 내보낸다. 이것은 알을 택배 상자에 넣어서 외계로 보내는, 자손 번식의 일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촌충은 위에서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몸 전체가 작은 마디로 되어 있고, 그 마디의 형태가 일정하다. 예를 들어 광절열두조충은 마디 가운데 부분에 자궁이 뭉쳐 있기 때문에 그것이 큰 점같이 보인다. 같은 촌충이라도 태니아, 즉 아시아조충 같은 건 좀 다르게 생겼다. 편절이 하나씩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더 많고, 마디 중앙이 깨끗한 반면 마디 바깥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다. 이것은 정자가 난자로 들어가는 통로로, 아시아조충만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광절열두조충과 아시아조충을 구별할 필요까지는 없고, 그저 이게 식물과 다른 ‘기생충’이라는 것만 알면 된다. 참고로 이것들 역시 변을 통해 나온 뒤 꿈틀거리니, 기생충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자, 변에서 나온 게 기생충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징그럽다는 이유로 몸에서 나온 샘플을 버린다. 그런데 샘플을 버리면 나중에 전문가를 만났을 때 그게 무슨 기생충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플라스틱 통에 넣고 식염수를 부어 주면 제일 좋은데, 그것이 어려우면 비닐봉지 같은 곳에 물이라도 좀 축여 주면 샘플이 마르지 않아 관찰하기 좋다. 정 갖고 있기 징그러워 버려야겠으면 사진이라도 꼭 찍어 두자. 요즘엔 스마트폰이 있으니 사진 찍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사진은 최대한 가까이 놓고 찍어야 하며, 혹시 모르니까 여러 장 찍는 게 좋다. 언젠가 기생충이 나왔다고 약을 달라기에 사진이라도 좀 보내 달라고 하니까 지금 나를 못 믿느냐며 불같이 화를 내신 분이 있다. 그때는 못 믿는 게 아니라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둘러 댔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못 믿는 거라고. 환자가 일방적으로 한 말을 어떻게 무작정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