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제게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전 자녀들을 무척 사랑하지요. 정말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다 해주고 싶고, 뭐든 다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제 마음을 그렇게 알아주는 것 같지 않아 때로는 섭섭할 때도 있어요.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나니 썩 유쾌하지 않은 두 가지 추억이 떠오르네요.
첫 번째 추억, 저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 번씩 ‘사설 쓰기’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매일 일간지에 실리는 사설을 보고 자신이 선택해서 읽은 다음 노트 한 페이지 분량으로 자신의 글로 옮겨 적는 훈련을 1년 가까이 했어요.
당시 저는 그 훈련을 시키면서 저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에 나 같은 아버지는 없을 거야. 아이들을 위해서 이렇게 훌륭한 훈련을 창안했다니. 역시 나는 괜찮은 아버지야!’
내심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부심에 가슴 뻐근했죠. 그러나 아이들은 정반대였어요. 그 훈련을 무척 힘들어했어요.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가장 핫 이슈이자 최신 트렌드에 관한 주제를 다룬 사설을 읽고 자신의 글로 줄여 쓰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1년 가까이 그 훈련을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참 많이 실망했어요.
‘열심히 따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마지못해 할까? 이런 한심한 놈들…….’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자 결국에는 제가 화를 내면서 “이렇게 하려면 관두자, 관둬!” 하고는 때려치우고 말았지요.
나중에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아빠랑 같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니?”
제가 기대한 답은, “힘들었던 적이 없었는데요.”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두 아이 모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설 쓰기요!”라고 답하는 게 아닙니까.
“아니,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
“그때 처음에는 아빠도 같이 쓴다고 했잖아요. 근데 언제부턴가 아빠는 안 쓰고 우리한테만 쓰게 하고 검사만 해서 ‘치,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쓰기 싫어졌어요.”
아들의 대답을 듣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아빠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없구나.”
두 번째 사건을 소개하지요. 제가 직장에서 임원 시절 한창 골프에 열중할 때였습니다. 이삿날이 잡혔는데 하필 골프 약속이 있는 날이었어요. 옛날부터 여러 번 이사를 다녔어도 이삿짐 싸고 풀고하는 걸 아내가 다 했던 터라, 아내에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네 명이 함께 하는 운동인 골프 약속은 한번 정해지면 무조건 참석하는 게 에티켓이라며 양해(가족들은 양해라고 생각지 않았지만)를 구하고 골프장에 다녀왔어요.
아내는 그 일로 한 번도 날 탓한 적이 없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날 이후 아들은 이사 얘기만 나오면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는 엄마한테 할 말 없어요. 이사하는 날 골프 치러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그 두 가지 사건으로 저는 아이들에게 형편없는 가장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많은 노력을 한 덕에 요즘은 많이 회복됐지만, 저도 아이들도 머릿속에서 그 두 가지 사건은 지워지지 않네요. 지금 생각해도 참 부끄럽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한다고 아무리 말로 해도 자녀들이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당신의 자녀는 여러분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갖고 있을까요? 잠깐 짬을 내서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