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가치의 크기는 고객이 결정한다.

<세일즈 마스터>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jpg?type=w1200



커피 원재료 가격 차이는 미미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은 최대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료 소싱 방법, 유통비용, 매장 규모 등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으로 큰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5천 원짜리 커피를 선택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1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고객이 있다. 고객의 이런 선택을 소득 차이 등 일반적 분류 기준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고객의 주관적 가치 기준에 따른 의사결정이며 감정적 가치 수용의 결과로 봐야 한다.

모든 거래는 쌍방의 가치 수용에 의해 성립된다. 가치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복잡하지만 영업에서의 가치란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는 재화의 크기’다. 결국 가치는 추상적 개념이지만 그 결과는 재화의 크기로 나타난다.

영업의 영원한 숙제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 가치의 극대화다. 즉,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재화의 크기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동일 제품과 서비스라 하더라도 영업직원, 고객,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고객이 지불하는 재화의 크기가 바뀌는 것이 B2B 영업이다.


가치 스트레스, 실행의 문제다.

요즘 많은 영업직원들이 ‘가치 세일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상사와 임원으로부터 ‘가치 세일즈’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고 리더들은 영업 팀이 차별화된 가치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치’를 모르는 영업직원은 없으며 새삼스러운 주제도 아니다. 다만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영업직원은 누구나 자신의 제품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하려고 하고, 고객은 가능하면 같은 제품을 싸게 사려고 한다. 이런 줄다리기는 물물교환 시절부터 있었고 모든 거래의 기본이다. 그리고 40년 전에도 영업 교육의 시작은 ‘가치 전달’이었다. 요즘 ‘가치영업’이 유난히 더 강조되는 것은 경쟁 환경과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가치영업이 기업의 생존 키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치가 제대로 전달돼야만 고객의 선택을 받고 이후 제대로 된 조건과 가격이 확보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가치 전달과 고객의 수용은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영업직원들이 ‘가치’ 얘기를 들으면 시큰둥하거나 시니컬(Cynical)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관계 중심 비즈니스에 원인이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대부분의 고객과 영업직원이 1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도시 모델이라고 했다. 학연, 지연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성립된 인간관계는 영업의 시작이고 정(情)과 의리로 종착점이 바뀌기도 한다. ‘가치영업’을 실행하는 진정한 영업직원도 있지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관계영업’, ‘가격게임’이 영업의 대명사가 되고 ‘영업’을 말하면 인간관계부터 생각한다. 그런 영업직원에게 ‘가치영업’을 강조하니 뒤돌아서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투덜거리는 것이다.


둘째, 가치 비즈니스의 영역이 극히 제한적이다.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으로부터 얻는 접근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존재하거나 인정받는 부가적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영업하는 것과 새로운 가치를 창의적으로 발굴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다. 영업의 90% 이상의 노력과 시간은 전자(前者)에 쓰인다. 이 경우 가치는 이미 정의되어 있고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고객도 알고 하물며 경쟁자도 안다. 그러나 고객은 노출된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경쟁자는 그것을 깎아내리는 데에 진력한다. 그런 상황에서 영업직원이 누구나 아는 뻔한 가치를 앵무새처럼 떠든다면 어느 고객이 감동하겠는가? 그런 접근법으로는 고객의 공감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단순해 보이지만 가치영업이란 결코 쉽지 않다.

진정한 가치 비즈니스는 후자(後者)의 형태에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의적으로 발굴한다는 것은 고객이 말하기 전에 고객의 이슈를 파악하고 고객의 전략적 과제를 분석하고 고객의 고민을 정확히 이해해 오직 나만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고민해 ‘답(答)’을 가져온다면 어느 고객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영업직원은 고객이 고민하는 만큼 고객의 이슈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영업은 비즈니스 규모도 다르고 수익성도 다르고 고객의 인정을 받는 총체적 가치도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해본 사람만 한다. 가치영업의 진수는 여기서 나타난다.

상점 진열대에서 수많은 경쟁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1,100원짜리 막걸리가 식당에 가면 4,000원이 되고 산꼭대기에 가면 10,000원이 된다. 그것이 가치의 모든 것을 말한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상황과 고객의 니즈, 영업직원의 고민 정도에 따라 여러 배의 가치가 더해지고 경쟁 상황이 달라진다. 누구나 특정한 비즈니스에서 ‘식당’을 만들 수 있고 ‘산꼭대기’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상점의 진열대에서 막걸리의 차별화된 가치를 말하고 있다.


셋째, 리더들의 잘못도 크다.
가치 비즈니스에 대해 너무 막연하고 선언적이며 지시만 한다. ‘가치영업’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고 원칙도 없는 일부 리더의 실수로 영업직원들은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고, 직원들은 가치영업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영업 리더들 중 후자의 비즈니스를 직접 경험해본 리더는 많지 않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직접 고민하고 그림을 그리고 제안을 준비해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마친 경험을 가진 영업직원이 흔치 않듯이 그런 리더도 많지 않다. 창의적인 가치영업을 경험하지 못한 영업 리더들은 전자의 제품과 서비스에 의존하는 가치 비즈니스 유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전자의 가치 유형은 간단하지만 고객으로부터 가치 공감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누구나 뻔히 아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객이 항상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기준을 넘으면 모두 동일한 ‘질’이나 ‘가치’를 제공한다고 판단하는 고객이 있고 그런 비즈니스 유형이 있다. 그런 경우 어쩔 수 없이 ‘가격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가격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직원에게 ‘가치영업’을 집요하게 다그치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과락을 면하면 합격하는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한 문제를 틀리면 치명타를 입게 되는 대학입시 수험생 같은 마음을 가지라는 것과 같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인정을 받아야 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가격 비교’ 대상이 된 데 대한 잘못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획일적으로 가치영업을 몰아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영업직원들은 ‘가치영업’을 보고를 위한 일로 생각하고 진정한 가치영업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3. MIT의 끝없는 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