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부부에게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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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 부부 상담을 했습니다. 아내가 고부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데 도와달라며 부부가 저를 찾아왔어요. 요즘 보기 드문 효자 효부였어요. 주 1회꼴로 본가 어머니와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따로 찾아뵙는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다 괜찮은데, 문제는 괴팍한 시어머니 때문에 며느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게다가 불효자인 둘째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큰며느리에게만 막 대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어요. 그 틈바구니에서 효자 남편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아내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며 울먹이더군요.

“시부모를 안 섬기겠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부당한 대우는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 남편이 나를 대신해서 시어머니나 시동생에게 한마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해요? 남편이 ‘내 편’이 아니라 ‘남 편’인 거예요?”

참 안타까웠습니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아내 앞에서 남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제가 보기엔 남편도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요. 저는 아내분의 감정을 위로한 후 조심스럽게 남편에게도 대화를 청했습니다.

며느리로서 아내의 입장, 아들로서 남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고부 등을 제외하고 다른 문제는 없는 듯 보였어요. 결혼생활이 힘들기는 하지만 다행히 두 사람의 성정이 워낙 착해서 파탄이 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욕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편: 어머니나 동생네를 어찌할 수 없으니 당신이 좀 이해하고 참아줘.
아내: 다 참을 수 있는데 당신이 방패 역할을 좀 해줘.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남편에게: 먼저 아내 편이 되어주세요. 결혼한 이상 부모 중심이 아니라 부부 중심이어야 합니다. 아내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하지 마세요.(이 대목에서 아내가 펑펑 울더라고요) 실제로 동생네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요. 효도를 하고 싶어도 아내와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아내에게: 자녀 중심이 아니라 부부 중심이어야 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위해 작은 시도라도 하면 하찮은 것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반드시 고맙다고 표현하고 칭찬해주세요.(남편은 이미 아내의 불평을 받아들여 몇 가지 해결책을 냈으나 아내는 그 정도로는 안 된다고 심드렁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야 남편은 더 잘하게 됩니다.

부부 모두에게: 고부 갈등은 괜찮습니다. 살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며느님만 잘하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걸 부부 갈등으로 연장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 열쇠는 남편이 쥐고 있어요.

결혼 10년차 정도 되면 아무리 행복하게 사는 부부라도 ‘리모델링’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무슨 의미냐고요? 습관적으로 살아오던 방식이라도 장단점을 가려서 단점은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 부부는 새로운 행복을 맛볼 수 있어요. 배우고 익힐 때 새롭게 성장하니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부부는 그래도 이혼 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전문가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남편과 아내가 참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은 널리 알려야 주위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요. 부부간의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임》지가 선정한 ‘2013 올해의 인물’인데요. 그가 2014년 초에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전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쉽고 간결했는데, 좋은 가정을 이루는 방법을 어려운 교리가 아닌 단 세 마디로 정리했더군요.

“부탁해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다 같이 해봐요. 부탁해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쉽죠? 그렇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끼리라도 뭔가를 부탁할 때는 정중하게 하고, 고마울 때는 감사를 표현하고, 잘못했을 때는 사과하면 됩니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주겠죠.”
“에이, 가족끼리 어떻게 일일이 다 표현하고 살아요? 말 안 해도 다 알겠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오히려 지레짐작해서 오해하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합니다. 이 말은 꼭 생김새만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말투도 닮고 행동도 닮아갑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아내도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남편이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게 됩니다. 그 부부는 평생 가도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모르겠지요. 성숙이 아니라 퇴행하는 것입니다.

어찌 부부가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입니다. 실수를 통해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실수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까요.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감사를 할 줄 알겠어요, 존중을 할 수 있겠어요, 배려를 할 수 있겠어요. 사과는 부부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동입니다. 미안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세요. 감사한 일 있으면 고맙다고 해야 하고, 부탁할 일 있으면 부탁하고요. 그게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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