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스타트업은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다.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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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의 3요소를 검색하면,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나온다. 필자가 보기에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생산의 3요소가 아니라 ‘제조업 생산의 3요소’다.

제조업 주도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토지, 노동, 자본이 모두 있어야만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었다. 공장을 세울 넓은 토지가 있어야만 하고, 공장을 돌릴 노동력이 필요하며, 노동자들의 주거지가 근처에 있어야 하고, 토지와 공장, 노동력, 원재료와 마케팅 등을 위한 자본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에서는 회사나 공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 회사의 임직원 규모는 얼마인지, 그 회사의 자본금이 얼마인지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스타트업은 사람과 돈만 있으면 시작이 가능하고, 멋진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창업자가 본인의 아이디어 일부를 구현할 때 돈조차도 필요 없을 수 있다. 즉,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을 위한 요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전통적인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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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대부분 스타트업은 공장이 없으며, 심지어 일정한 사무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인한 상호 연결성이 높아져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제조가 필요하더라도 아웃소싱을 하며, 심지어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값싼 공장을 찾아 아웃소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나 종사자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많다. 출근할 사무실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자식이 ‘실업자나 다름없다’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경험과 전혀 다른 스타트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
스타트업의 사람은 대기업의 노동(labor)과 다르다. 스타트업의 사람은 ‘아이디어’, ‘지식’, ‘역량’을 뜻한다. 인재 혹은 피터 드러커가 말한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라는 단어가 적절한 표현이다.

대기업의 노동이 스타트업의 사람과 가장 다른 점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그만두더라도 공장 가동에는 큰 무리가 없고, 최종 생산물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사람은 자신만의 역할과 특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서 한 사람의 엔지니어, 한 사람의 디자이너, 한 사람의 경영자를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사람이 바뀌는 순간 최종 산출물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자본
제조업 중심인 대기업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큰 자본이 필요하다. 토지와 설비를 사고, 공장을 짓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노동력이 일시에 필요하다. 재고를 관리하며, 대규모 광고 등으로 물건을 판매해야 한다. 초기에 유형 자산을 사거나 만드는 데 자본이 크게 필요하며, 브랜드와 같은 무형 자산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쌓이기 시작한다.

스타트업은 공장이 없고 유형의 제품을 만들지 않는 사업이 다수이기에, 또한 초기 비용 대부분이 인건비 성격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큰 자본이 필요하지는 않다. 유형의 자산을 사는 것보다 팀의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비용을 사용하며, 심지어 초기에는 매출 및 수익과 관련 없는 서비스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매출과 수익 창출이 사업의 후반기로 밀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특성도 상당히 다르다. 은행 같은 곳이, 토지 등을 담보로 안정적 이익을 기대하며, 대기업에 큰 규모의 자금을 빌려준다.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같은 곳이, 담보가 없는 높은 위험에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스타트업에 작은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

스타트업에서 토지는 필요 없고, 사람은 대기업의 노동과 다르며, 필요한 자본의 규모는 작고, 자금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특성도 다르다. 스타트업에서 생산의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라 사람, 자금 2가지뿐이다. 즉, 스타트업은 사람과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며, 이것은 이 책의 목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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