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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1. 2018

07. 사업 계획에 대하여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사업 계획에 관해 단 하나 확실한 점이 있다면, 사업 계획대로 진행되는 사업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업 계획은 왜 할까?


사업 계획의 핵심은 창업자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시행착오의 기준점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시행착오의 기준점이 없다면,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은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사업 계획 시의 믿음과 가정 중에서 어떤 것이 맞았고, 어떤 것이 현실과 맞지 않은 지 명확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에 어떤 전략과 계획으로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사업 계획이라는 나침반이 없으면 창업자들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처럼 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

믿음과 가정은 단계적으로 검증되고, 사업도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업 계획은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사업이 전혀 다른 수준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업 계획 또한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의 처음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최초 소셜커머스는 레스토랑, 공연 등의 예약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트래픽(물량)을 공급자에게 몰아주고, 소비자들에게 큰 할인율의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물론 지금도 할인 쿠폰을 여전히 제공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쇼핑의 모습에 더 가까울 것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은 인터파크, 지마켓, 신세계몰 등과 유사한 모습이다.

쇼셜커머스의 발전 과정 중에 사업 계획이 수십 번은 업데이트되었을 것이며, 수백 개 이상의 믿음과 가정을 검증했을 것이 분명하다. 

사업 계획은 각 단계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들에 집중해야 하고, 그것들을 풀기 위한 가정과 조건들을 다루어야 한다. 또한 다음 단계로 발전할 경우 어떤 형태로 사업이 확장될 수 있을지도 담고 있어야 한다. 사업 계획이 실행됨에 따라 그러한 가정과 예측들이 지속적으로 검증되면서 사업이 전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 계획서의 형식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특히 창업이 처음이라 사업 계획서를 써본 적이 없던 창업자라면, 더욱 궁금해한다. 필자는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Writing a Business Plan’ 섹션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가 여기서 나타난다. 사업 계획서의 형식만을 참고해서 쓰는 것이다. 사업 계획서 형식에 따라서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사업 계획의 형식적 요소들이 왜 그렇게 구성됐는지 반드시 고민을 해야 한다. 왜 시장에 대해서, 왜 팀과 경쟁에 대해서, 왜 자금에 대해서, 왜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쓰는 것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형식은 사업 계획의 필수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알려줄 수 있지만, 창업자가 형식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내용을 채워도 알맹이 없는 사업 계획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업에 대한 깊은 고찰이 모든 계획에 우선한다. 깊은 고찰을 문서로 표현하는 결과물이 사업 계획서인 것이다. 깊은 고찰은 사업에 필수적인 사항들을 모두 포함하게 되며, 그러면 형식과 별개로 사업 계획서가 훌륭할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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